[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자 일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서 확진자 동선 전면 공개로 방향을 틀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지침에 따라 방문 장소 등을 비공개하던 것과 다른 기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단기간 급증한 강원 원주시가 대표적이다. 원주시는 25일부터 온라인 등을 통해 확진자 동선을 전면 공개했다. 원주시는 확진자의 방문 장소에서 접촉자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OO동 음식점’ 등으로 상호를 공개해왔다. 이에 벗어나 방문 장소를 정확히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날 원주에서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등 확진자 16명이 무더기로 발생했다. 26일 기준, 원주시의 누적 확진자는 98명이다. 이 중 73명은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11일간 발생했다. 제각각의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감염 경로 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원창묵 원주시장은 “현 상황을 고려해 확진자의 모든 동선을 최대한 신속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에서도 확진자 동선 전면 공개를 결정했다. 제주에서는 지난 20일 이후 확진자가 9명 늘어났다. 제주 누적 확진자는 33명이다. 도내 누적 확진자 중 27%가 6일 만에 급증한 것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확진자의 동선은 사실 그대로 신속하게 전부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구민의 민원 등을 수용한 지자체도 있다. 지난 20일 확진자 동선을 게재한 서울 강동구청 블로그 게시글에는 27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확진자 동선은 ‘해당 공간 내 접촉자 파악(비공개)’ ‘밀접 접촉자 없음’ 등으로 표기됐다. 상호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강동구 주민이라고 밝힌 이들은 “확산세가 심각한데 동선을 공개해서 조심하고 예방하게 해야 한다. 동선을 공개하라” “이제는 불안해서 접촉자 없다는 말도 다 거짓말로 들린다” “이렇게 공개할 거면 차라리 하지 말아라” 등의 비판을 내놨다.
이에 강동구청은 지난 21일부터 확진자 동선을 전면 공개를 택했다. 강동구청 측은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구민의 알권리를 존중, 구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자 동선 공개 지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대본은 확진자 동선 공개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에는 확진자의 성별, 연령, 거주지, 국적 및 직장명 등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방문한 공간의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도 비공개하도록 권고했다. 확진자의 사생활 침해와 방문 장소에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확진자가 늘어나자 상호명을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이모(40·여)씨는 “동선 공개를 안 하니 불안감만 커지고 막막하다. 명확한 동선을 공개해줬으면 좋겠다”며 “인근 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이 돌아 소란이 일었는데 알고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유언비어만 더 퍼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김모(여·38)씨도 “각 구청에서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면 꼬박꼬박 홈페이지에 들어가 동선을 확인한다. 그럼에도 확진자가 어디를 다녀갔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며 “확진자와 잠시라도 같은 공간에 있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하다”고 말했다.
확진자 동선을 사실상 비공개 중인 한 지자체는 “정부나 시의 방침이 변경되지 않는 이상 권고된 지침을 변경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