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수첩]코로나 속 은행 투명칸막이 ‘서민 거리두기’ 되질 않길

[기지수첩]코로나 속 은행 투명칸막이 ‘서민 거리두기’ 되질 않길

기사승인 2020-08-28 07:10:01

[쿠키뉴스] 김태구 기자 =최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고 있다. 은행들도 일부 지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투명칸막이 설치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비대면(언택트) 뱅킹을 한층 강화했다. 이같은 은행의 코로나19 방역조치를 보면서 가슴 한편에선 씁쓸함이 가시질 않는다.

생활금융의 동반자이어야 할 은행들이 서민에게서 한층 멀어지고 있어서다. 그동안 은행은 서민들에게 넘을 수 없는 문턱을 쌓았다. 중소기업과 저소득 자영업자 등은 담보없이 은행에서 자금을 지원받기란 쉽지 않다. 이런 곳에 다니는 직원들 또한 은행에서 대출받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더구나 대출을 받은 금융소비자가 조금만 형편이 어려워지면 기한연장과 같은 구제책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비올 때 우산을 뺏는 관행’에 익숙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전 총리 등 사회 각계 인사들로부터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은행은 이런 관행을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 이자 감면과 대출 연장, 심사완화 등 서민을 위한 지원을 요구할 때면 배임 등을 주장하며 한발을 뺀다. 주인 없는 은행에 고용된 몸이라 손실을 끼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은행 임직원 자신들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상황은 달라진다. 승진과 같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횡령, 부당대출 등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불거진 은행권 채용비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에는 저금리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영업점(지점)과 ATM기기를 줄이며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나이가 많거나 오지에 거주하는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고려는 조금도 없다. 그저 4차산업, 핀테크 등을 운운하며 모바일 뱅킹과 같은 신기술에 적응하길 강요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은 서민들을 상대로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40조7000억원에 달하는 이자수익을 올렸다. 코로나19로 모든 산업이 어려웠던 올해 상반기에도 국내은행의 이자수익은 20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2%(389억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월급, 상점매출 등 서민이 맡기 자금으로 은행은 이같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정착 돈을 맡긴 서민에 대한 지원은 뒷전이다. 새희망홀씨와 같은 서민금융상품으로 생색은 내면서도, 실제로 기준금리가 0%인 지금도 연 10% 가까운 대출이자를 저소득 저신용 서민을 상대로 받고 있다. 또 코로나19로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이 힘들어 해도 이런 저런 이유로 대출심사를 한층 가따롭게 강화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새로운 벽이 은행에 세워졌다. 방역을 위한 ‘투명칸막이’다. 이 칸막이를 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서민 거리두기’로 이어질까봐 걱정된다. 지금까지 은행의 행태를 뒤돌아본다면 쓸데없는 기우로 치부하긴 쉽질 않다. 코로나가 물러나고 칸막이를 걷어내는 순간, 그동안 서민에 대해 높게 쌓았던 은행의 보이지 않은 ‘벽과 문턱’도 함께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김태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