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전자랜드… "우리 구단을 인수해주세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전자랜드… "우리 구단을 인수해주세요"

기사승인 2020-08-28 08:00:03
사진=프로농구연맹(KBL) 제공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2020~2021시즌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전자랜드는 최근 프로농구연맹(KBL)에 2020-2021시즌 까지만 팀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고, 이후 KBL은 지난 20일 서울 KBL 센터에서 제26기 제1차 임시총회 및 제1차 이사회를 개최해 전자랜드의 구단 운용 종료를 예고했다. 이는 회원사가 리그에서 탈퇴할 경우 한 시즌 전에 이를 통보하도록 한 KBL 규정에 따른 것이다.

▲ 인천 전자랜드는 어떤 팀?

전자랜드는 2003년 여름 인천 SK를 인수해 프로농구에 뛰어들었다. 구단 인수 후 첫 시즌인 2003~2004시즌부터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이후에는 꾸준히 플레이오프 진출 단골손님으로 자리 매김했다.

우승과는 연이 멀었지만 유도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9년부터 전자랜드는 단 2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봄 농구'에 진출하면서 ‘언더독’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2014~2015시즌에 6위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올라가 4강전에서 원주 동부(현 DB)와 5차전까지 갔던 치열한 접전은 여전히 농구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2018~2019시즌에는 팀 창단 후 최초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처음으로 진출했다.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특유의 활기 넘치는 플레이와 끈끈한 조직력으로 농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김낙현, 강상재, 정효근, 이대헌 등 젊은 선수들로 팀이 개편되면서 많은 주목받았다.

하지만 구단 운영은 늘 어려웠다. 이전에도 두 차례 구단 운영을 포기할 정도였다. 특히 2012년 3월 모기업 재정 상황 악화로 인해 한 차례 해체설이 나왔다. 당시 롯데와 신세계 측 등과 접촉을 했지만 결국 인수 주체를 찾지 못하면서 지원보조금을 받고 운영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전자랜드는 당시 KBL로부터 지원받은 20억을 아직도 상환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전자랜드는 가장 어렵게 구단 살림을 꾸려가는 팀으로 인식됐다.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 사진=프로농구연맹(KBL) 제공

▲ KBL은 10구단 체제 원해… 인수 가능성은?

이미 2019-2020시즌 종료 후부터 전자랜드의 운영 포기설은 농구계를 휘감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조기에 종료된 2019~2020시즌 직후부터 구단 운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외국계 기업이 전자랜드를 인수한다는 소문도 돌기도 했다.

특히 비시즌에 주축 선수인 가드 김지완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렸지만 잡지 않았고, 보상 선수 대신 현금 5억6000만원을 택하면서 전자랜드의 매각설은 더욱 힘을 받았다.

그래도 전자랜드는 5월 FA 시장 협상과 6월 국내선수 등록을 무사히 마치고, 유도훈 감독 재계약 및 강혁 코치 선임 등 부지런히 차기 시즌을 준비하면서 매각설은 그대로 흐지부지되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기업들의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전자랜드는 결국 농구단을 포기했다. 전자랜드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모기업 차원에서도 스포츠단 운영 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였다”며 “긴 논의 끝에 농구단 운영은 다음 시즌까지만 하기로 결정이 됐다. 오랜 시간 KBL과 함께해 온 만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KBL은 2021~2022시즌부터 전자랜드 구단을 인수할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KBL과 회원 구단들은 프로농구 10개 구단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력과 지원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단 운영에 연 50억 이상이 들면서 적자 덩어리인 농구단 운영을 고려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인수에 뛰어들 기업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기 전 해외 기업들을 비롯해 몇몇 구단들이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소문이 쏙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구단 운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기업의 구단이 줄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구단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구단들이 현재 허리를 졸라매고 운영을 하고 있는 만큼, 긴 싸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20년 이상 지켜온 프로농구 10개 구단 체제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올 시즌이 끝난 이후 KBL에서 위탁 운영을 하는 방안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사진=프로농구연맹(KBL) 제공

▲ 전자랜드 팬들의 외침 “우리 구단을 제발 인수해주세요”

전자랜드는 창원 LG, 원주 DB 등과 함께 지역 연고 친화 구단으로, 충성심이 높은 팬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중요 경기가 치러질 때는 5000석이 넘는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이 가득 찰 정도다.

전자랜드 팬들도 하루 빨리 새로운 인수 기업이 나타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통이 길은 구단인 만큼, 전자랜드 팬들은 인천에서 새롭게 함께할 기업이 나타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전자랜드의 서포터즈라고 밝힌 A(26)씨는 “이렇게 전자랜드라는 이름이 없어진다는 게 아쉽고 허망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서 인수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이기나 지나 경기가 끝나고 매번 팬들에게 사인과 인사를 해주는 선수들을 여기서 계속 보고 싶다. 함께 여기 있고 싶다”고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10년 넘게 전자랜드를 응원했다는 홍현석(37)씨는 “항상 구단이 힘들 때가 많았다. 나 역시 전자랜드를 응원하며 희로애락을 많이 느꼈다. 긴 시간 동안 함께해준 전자랜드에게 섭섭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라며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언젠가 인수해줄 기업이 나타나길 매일 바라고 있다. 팬들은 항상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경제 상황이 하루 빨리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희망했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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