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정치권의 막말이 여전하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5분 연설’로 시작된 본회의장 속 토론 모습은 사라지고 삿대질, 고성이 가득했던 국회의 모습이 다시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회가 잠시 ‘셧다운’ 된 가운데, ‘막말 논란’에 휩싸인 여야 인사들의 발언을 살펴봤다.
“어린 것이” vs “양아치냐”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장에선 두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다툼이 오갔다.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전의 주인공이다.
두 사람 간의 말다툼은 김태흠 의원의 ‘부동산 3법’ 질타에서 시작됐다. 김태흠 의원이 부동산 3법을 강행처리한 여당을 향해 “뻔뻔하다”고 날을 세우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김경협 의원이 “의원님이 더 뻔뻔하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그러자 김태흠 의원은 “뭐가 함부로 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경협 의원은 “동네 양아치들이 하는 짓을 여기서 하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곧바로 김태흠 의원은 “누가 동네 양아치냐. 당신이 더하다”고 삿대질을 했고 소란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상으로 나이가 한 살 어린 김태흠 의원이 김경협 의원을 향해 “어린 것이 말이야”라고 타박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논란에 거세지자 김태흠 의원은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신상발언을 요청하고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응하지 못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본의 아니게 의원들과 국민께 폐를 끼친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경협 의원의 사과는 없었다.
“저런 X소리를 어떻게 듣고 있어야 하느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의 ‘X소리’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문제가 된 발언은 24일 민주당 이재정·장경태·김남국 의원이 진행한 ‘더불어민주당 혁신 LIVE 4탄’ 방송 중 나왔다.
당시 김남국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참석을 위해 자리를 비우자 장 의원이 “법사위 힘들겠다. X소리라고 해도 되는가. X소리를 어떻게 듣고있지”라고 발언한 것이다. 방송을 진행하던 이재정 의원이 “명색이 족보 없는 방송이지만 방송인데”라며 “도그(Dog·개) 얘기는 삼가달라”고 제재해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이 거세게 반발하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나서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통합당 법사위 간사 김도읍 의원은 회의 중 “법사위원에 대한 모독”이라며 민주당과 장 의원을 향해 사과를 촉구했다.
이에 장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정쟁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국회 법사위 상황에 대한 갑갑함 등 상황 전반에 대한 짧은 표현이었다”며 “유튜브 소통방송에서 지지자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었지만 표현의 부적절함을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장 의원의 사과에 ‘적절성’을 두고 또다시 비판이 인 것이다. 조수진 통합당 의원은 “상스럽고 막된 발언을 해놓고 SNS에서 글 하나만 올리면 해결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참으로 편리한 사고방식”이라고 질타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이 가운데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자유 발언에 나선 윤희숙 의원의 ‘사이다연설’을 다시 꺼내본다. 막말, 고성 그리고 삿대질도 없었던 윤 의원의 발언은 큰 호응을 얻으며 “전 국민이 봐야한다”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제대로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야 제대로 하네. 이 연설은 두가지 점을 평가한다”며 “첫째 비판이 합리적이고, 둘째 국민의 상당수가 가진 심정을 정서적으로 대변했다”고 정평했다.
이후 열린 본회의에선 ‘포스트 윤희숙’ 바람이 불었다. 여야 의원 구분할 것 없이 토론에 나서 정책에 초점을 둔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은 과거 막말로 얼룩진 국회의 모습이 다시 돌아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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