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과 성관계 하느냐” 대학교수, 발달장애 제자 성희롱 의혹

“남친과 성관계 하느냐” 대학교수, 발달장애 제자 성희롱 의혹

기사승인 2020-09-01 06:25:15

▲논란이 된 충남 천안 모 대학 전경 / 대학 홈페이지 캡처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충남 천안 모 대학 브리지학부 소속 일부 교수가 장애 학생들에게 성희롱·비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브리지학부는 발달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등 교육기관이다.

31일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브리지학부 소속 A 교수와 B 교수는 장애 학생에게 성희롱 또는 모욕, 비하 발언 등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복수의 증언에 따르면 A 교수는 특정 여학생들을 자주 연구실로 불러 일대 일 면담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키스는 한 적 있느냐”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해보았느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수는 상담 후 학생들에게 “면담에서 나온 것은 우리 둘만의 이야기”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야 한다”는 등의 말로 회유했다는 주장도 일었다.

취재에 응한 학생들은 두려움을 호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은 “여학생이 A 교수님과 면담을 위해 연구실에 들어가면 다른 학생이 그 앞에서 기다려주는 일도 있었다”며 “지난해에는 여학생끼리 자립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박3일간 자취를 했다. A·B 교수가 예고 없이 밤늦게 숙소에 방문해 여학생들이 많이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여학생들은 A·B 교수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전공 수업을 포기해야 했다”며 “학교의 보호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수들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를 떠나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모욕과 비하 발언 등이 일상적이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피해 학생 등에 따르면 A 교수는 강의 시간 학생들을 각각 ‘지적장애’, ‘자폐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으로 호명했다. 남학생의 바지 지퍼 부분에 물을 끼얹고 “오줌을 쌌다”며 망신을 줬다. 이외에도 “장애인끼리는 결혼할 수 없다” “(장애인끼리 결혼하면) 아이를 낳지 못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 교수는 한 학생에게 3년여간 돈을 주지 않고 컵라면과 김밥 등의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을 받는다. 피해 학생은 향후 취업에 문제가 있을까 염려해 B 교수의 요구를 모두 들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B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강의 시간에 학생을 ‘걸어 다니는 복지카드’라고 지칭해 논란이 됐다. 지난 2017년 학교에서 주의 조치를 내렸으나 지난 2018년에도 강의 시간 해당 표현을 사용했다. 

사생활 침해 의혹도 있다. B 교수는 수업 중 한 여학생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아 학생의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문자를 전송했다. 여학생이 거부 의사를 표하며 만류했으나 소용없었다. B 교수는 “장난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반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논란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모는 “어렵게 들어간 학교다. 다수의 학부모는 혹시 아이에게 불이익이 될까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처음 (장애 비하 발언) 문제가 제기됐을 때 학교에 쫓아가 따지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같은 대학 내에서 가해 교수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재연 브리지학부 교수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발달장애인 대상 성범죄, 모욕, 갈취, 폭언 교수를 처벌해주세요’라는 청원을 게재했다. 류 교수는 “대학은 장애인 성범죄 등에 대해 신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관련 법에 근거해 해당 교수들이 처벌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밝혔다. 류 교수는 지난해 11월 학생들의 증언을 모아 대학 측에 고발했다.

성희롱 의혹 등을 조사한 충남의 인권단체 관계자는 “피해 학생들의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피해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며 “혐의가 의심된다는 내용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넣는 등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반면 가해자로 지목된 A 교수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부인했다. A 교수는 “성희롱 발언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어느 교수가 학생에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느냐”며 “공식적인 답변은 대학 측에 문의하라. 고발인인 류 교수는 상당히 문제가 많은 인물”이라고 이야기했다. B 교수에게는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대학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학 측은 “A 교수의 성희롱 혐의 관련해 진술이 상반돼 사실 확인이 불가한 상황”이라며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한 상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처분을 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B 교수에 대해서는 장애인 비하 및 차별 등에 대한 개연성이 인정돼 대학에서 이사회에 징계 요청을 올렸다. 이사회에서는 의견 상충 등을 이유로 보완 조사를 대학 측에 다시 요청했다.

A·B 교수 모두 현재 교단을 지키고 있다. 대학 측은 “A·B 교수의 수업을 원하는 학생들도 존재한다”며 “기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호하고 피해 학생들에게는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다른 교수가 진행하는 수업을 별도로 수강하도록 조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발인인 류 교수는 지난달 27일 신민규 전 총장의 명예훼손 관련 150만원의 벌금을 확정 받아 직위해제 됐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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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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