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있을 것” vs “야근 직장인은?” 버스 감축운행 첫날, 엇갈린 반응

“효과 있을 것” vs “야근 직장인은?” 버스 감축운행 첫날, 엇갈린 반응

기사승인 2020-09-01 11:32:29

사진=’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첫날인 30일 저녁 송파구 방이동 먹자 거리의 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았다./ 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시가 시민들의 이른 귀가를 독려한다는 취지에서 31일부터 오후 9시 이후 시내버스를 감축 운영하기로 했다.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서울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내달 6일까지 야간 시내버스를 감축 운행한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강화에 따른 ‘천만시민 멈춤주간’ 일환이다. 이에 따라 오후 9시 이후 버스 노선 운행 횟수는 기존 4554회에서 3641회로 약 20% 줄어든다. 10분 간격이던 버스는 약 15분, 20분 간격이던 버스는 25분~30분에 1대 정도로 운행 간격이 변경된다.

단 탑승인원이 36명 이상인 혼잡노선 20개와 올빼미버스, 마을버스는 감축운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혼잡 노선은 102, 108, 152, 420, 421, 461, 602, 603, 641, 643, 1135, 1224, 3011, 4212, 5515, 5516, 5523, 6627, 6716, 7612번이다.   

야간 시간대 버스 운행 감축 시행 첫날인 31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역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재택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늘어나고 오후 9시 이후 음식점에서 포장과 배달만 가능해진 영향으로 추정된다.

사진=31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남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퇴근길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다리고 있다./ 정진용 기자

강남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는 시민 십여 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2020년 정류장별 승하차 인원 정보’(7월 기준)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정류장, 신분당선 강남역 정류장이 오후 9시 승차 승객수가 가장 많다. 

퇴근길 버스에 밀집도가 높아지는 우려됐던 상황은 보기 어려웠다. 운행 중이던 버스 대부분에는 열 명 안팎의 시민들이 탑승해 거리 두기를 하고 좌석에 착석해 있었다.

일부 시민은 버스 운행 감축 시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분당선 강남역 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50)씨는 “지인들과 술 한잔하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평소 같으면 밤 12시나 새벽 1시까지 마셨겠지만 버스 운행이 줄어든다고 해서 일찍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텅 빈 버스를 운행하고 있던 버스 운전기사 안모(36)씨는 “혼잡도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직 첫날이라서 (감축 운행 영향을)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자영업 하는 분들도 일찍 문들 닫는 만큼 버스 운행도 줄이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사진=31일 오후 서울 서울역 인근 버스정류장 버스 정보 안내전광판에 감축 운행 안내 사항이 나오고 있다./ 정진용 기자

다만 야근이나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하는 근무 형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게 귀가하는 이들에게는 불편함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야근한 뒤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IT업계 종사자 김소영(33·여)씨는 “재택 근무 하지 못하거나 야근이 잦은 직장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재택근무 할 여건은 충분한데 회사에서 자꾸 미루고만 있다. 앞으로 퇴근길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역에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한 40대 직장인은 “버스 야간 운행을 줄인다고 퇴근이 빨라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출퇴근길 대중교통 이용이 불안한데 증차를 해서 밀집도를 줄이는 게 맞지 않나”면서 “행정 편의주의적 사고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버스 운행을 줄이는 게 아니라 재택을 의무화하는 게 먼저 아닌가”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 통해 출퇴근하는 공무원 머리에서 나온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 여론이 우세했다.

앞서 충북 청주시에서도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버스가 감축 운영했으나 “밀집도가 올라갔다”는 항의가 이어져 다시 증차 된 사례가 있다.

서울시는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감축 규모를 유동적으로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니터링을 통해 혼잡 노선이 발견되면 해당 노선의 경우 평소 수준으로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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