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t 덤프트럭 수준” 태풍 하이선이 달려온다

“25t 덤프트럭 수준” 태풍 하이선이 달려온다

기사승인 2020-09-05 06:15:01

사진=지난 3일 울산 북구에서 제9호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전봇대가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제공.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제9호 태풍 ‘마이삭’(MAYSAK)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마이삭보다도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이다.

기상청은 4일 오후 3시 기준 제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이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81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17km 속도로 북서진 중이라고 밝혔다. 태풍 눈이 보일 정도로 매우 강하게 발달했다. 태풍 중심기압은 920hPa, 강풍반경은 450km, 최대 풍속은 53m/s, 191km/h이다.

하이선은 강도 ‘매우 강’을 유지한 채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에 간접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오는 6일에는 중심기압 925hPa, 51m/s, 184km/h, 강풍반경 490km로 예상된다. 하이선은 오는 7일 오전 9시 제주도를 거쳐 정오쯤 남해안으로 상륙할 가능성이 높다.

하이선은 마이삭 보다 위력이 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대 풍속이 초속 53m로 ‘슈퍼’ 태풍에 맞먹는 위력을 지닐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마이삭 최대 풍속 초속 45m/s를 훌쩍 넘는다. 최대풍속이 44m/s에서 53m/s 사이에 들면 '매우 강' 수준의 태풍으로 분류된다. 이는 사람은 물론이고 커다란 돌이 날아갈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중심기압도 마이삭보다 낮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세력이 크다.

사진=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예측 경로/ 기상청 제공.

△ 한반도 남북 관통…“마이삭 시속 100km 차라면 하이선은 25t 덤프트럭”

하이선은 방향을 꺾어 한반도를 빠져나갔던 마이삭이나 제8호 태풍 ‘바비’와 경로가 다르다. 제주도를 거쳐 영남지역이나 동해안을 통해서 빠져나갔던 다른 태풍과는 달리 하이선은 남북을 직선으로 관통하는 경로가 가장 유력하다.

태풍 경로는 기압 배치의 영향을 받는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태풍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으로 더 발달해서 확장되거나 동쪽으로 수축하냐에 따라 경로가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선이 한반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반도 전역이 태풍 영향권 안에 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이선 강풍 반경은 최소 400km다. 마이삭은 상대적으로 동쪽 지역에서, 바비는 서쪽 지역에서 피해가 컸다면 이번에는 골고루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에서도 마이삭 때보다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가장 가까워지는 때는 오는 7일 늦은 오후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 본부장은 “비교하자면 마이삭이 시속 100km의 차라면 하이선은 25t 덤프트럭 수준”이라며 “지금 예상 진로대로라면 한반도에 태풍이라는 ‘폭탄’이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 지난 3일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충남 서천에서 지붕이 부서져 있다/ 연합뉴스 제공

△ 강풍에 폭우 동반한 ‘가을 태풍’…일상화 되나

다만 태풍 이동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희소식이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하이선은 열대 해역에서 규모를 크게 키워 올라오고 있어서 풍속이 강하다. 또 가을 태풍은 거의 예외가 없이 비가 많다”면서 “태풍이 머물러 있으면 피해가 커지는데 다행히 이동 속도가 빨라 한반도를 지나 빠르게 북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폭우를 동반한데다 여름 태풍보다 강력한 가을 태풍이 앞으로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가 큰 원인이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6월 태풍은 중국에 7월 태풍은 한반도에, 8월 부터는 일본에 영향을 줬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세력이 약화되며 한반도에 태풍이 이동하는 길이 생겼다”면서 “당분간은 9월 중순까지도 ‘슈퍼 태풍’이 오는 현상이 잦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한반도를 덮친 마이삭은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초래했다. 부산 사하구에서는 아파트 베란다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려던 60대 주민이 파손된 유리 파편에 맞아 숨졌다.

강원도 양양과 고성, 제주, 경남 김해, 부산 동래 등 4개 시도에서 21세대 2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도로침수와 신호등 붕괴 등 시설피해는 총 858건으로 집계됐다. 또 부산·울산·제주·경남 등에서 총 27만8601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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