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극우 단체가 오는 10월3일 개천절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서울시와 경찰이 금지 조치를 해도 이들 단체가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경우 집회가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과 서울시는 6일 태극기혁명국민본부(국본)와 자유연대 등 극우 단체들이 신고한 개천절 집회에 대해 5일 금지를 통고했다고 밝혔다.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개천절 집회 움직임과 관련해 “7개 단체에서 27건의 집회가 경찰에 신고됐다”면서 “대부분 집회는 광화문 인근을 비롯한 집회금지 구역 내여서 경찰이 집시법에 따라 금지를 통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광화문광장 등 도심 지역을 집회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다. 종로구청과 중구청도 관내 일부~전면에 대해 집회 금지한 상태다. 집회금지된 지역 외 구간은 서울시가 감염예방법에 따라 지난달 21일부터 적용한 10인 이상 집회금지 조치가 적용된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광복절 집회 때처럼 집회가 강행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4일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행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보수 단체 ‘일파만파’가 낸 집행정지 신청은 전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주최 측이 산정한 인원보다 집회 장소가 넓어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데 무리가 없고 과거 집회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켰다는 근거를 들었다. 그러면서 “방역 수칙을 지킨다면 야외 집회를 통해 대규모 감염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광복절 집회가 도화선이 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자 법원 결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빗발쳤다. 광복절 집회에는 신고 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5만여명이 참석했다. 광복절 서울 도심집회 관련 확진자는 전날보다 5명 늘은 총 532명으로 집계됐다. 광복절 집회에 교인 등 600여명이 넘게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발(發) 확진자는 총 1163명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달 20일 올라온 ‘8.15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 해임’ 청원 글은 하루 만에 동의 20만명을 돌파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일 국회에 출석해 “재판부가 상당히 진지하게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조 처장은 “집회 일부 인용 결정으로 예상 이상의 대규모 집회가 됐고 코로나 확산 계기가 됐다는 지적과 비판에 법원도 상황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집회의 자유라는 국민 기본권과 방역 조치 필요성이 충돌한 가치 속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번에도 일부 단체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에 공을 넘긴다면 어떤 결정이 나올까. 법조계 인사들은 10월 초 확산세가 법원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법무법인 강남 이필우 변호사는 “10월 초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현 상황에서 법원이 집회를 허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광복절 집회를 통해 공공안전 측면에서 이미 옥외집회로 집회를 개최하거나 참가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대규모 집회가 공공안전을 해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확실하다”면서 “또 집회 참가자들이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이행할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 제한이 쉽지 않다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법무법인 법승 이승우 변호사는 “집회의 자유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보장돼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할 때도 법원이 여러 차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적이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로 지난 4월처럼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줄어든다면, 법원이 허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내달이 되어도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유지되며 여러 사람이 고통 분담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기각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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