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여파와 원자잿값 상승 등 업황 악화로 고난의 시기를 겪어왔던 업계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축은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이다.
특히 국가 기간산업인 정유업종의 타격이 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2분기에만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4397억원, 에쓰오일은 1643억원, 업계 2위 GS칼텍스는 13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막내인 현대오일뱅크는 13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 4사의 2분기 합산 경영실적은 영업손실 7241억원이다.
정유 4사는 앞서 지난 1분기에도 코로나 등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축에 따라 총 4조377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익이 3조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1분기에만 2019년 번돈에 1조원 이상의 추가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더해 2분기도 1분기에 비해 적자 폭은 80% 이상 줄였지만 정유 부문에서 재정적 타격을 면치 못한 것이다.
2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의 원인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갈등과 코로나19 여파로 정제마진이 악화된 탓이다. 상반기(1분기와 2분기) 정제마진은 대부분 마이너스 구간에 멈춰있었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나프타 등의 가격에서 원유의 가격과 운임·정제 비용 등 원료비를 제외한 값이다. 이 지표가 높아질수록 정유사의 수익도 높아진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이다. 현재까지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에 못 미쳤고, 정유사들이 석유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를 봤다는 의미다.
하반기 전망도 녹록지 않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로 인한 경제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경기 부양정책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재확산되며 국내외 석유수요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화학업계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통화학사인 롯데케미칼은 코로나 여파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감소로 2분기 연결 기준 329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0.5%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조6822억원으로 32.1% 줄었다.
한화솔루션의 케미칼 부문도 매출 7811억원, 영업이익 928억원을 기록했다. 저유가로 인한 주요 제품 가격 하락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에는 코로나 영향에 따른 전방산업의 수요 약세로 인한 여파가 반영됐다”며 “하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재개에 따른 전방산업 회복 기대감으로 견조한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의 쌀’ 철강을 생산하는 철강업계 역시 2분기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맏형 격인 포스코는 지난 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5조8848억원, 영업적자 1085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66억원에 그쳤다. 업계 2위 현대제철도 2분기 영업익 140억원, 당기순손실 129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투톱인 양사의 부진한 실적은 코로나의 글로벌 확산으로 자동차와 건설 등 전방산업이 침체하면서 철강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3분기(7~9월)에도 세계 1, 2위 철강수입국인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철강수요가 코로나 여파로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며 “게다가 중국의 대단위 인프라 투자 등으로 원료 가격(철광석 등)까지 급등했다. 수요 악화에 원가 부담까지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1위인 조선업계(현대중공업 그룹‧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도 팬데믹에 따른 불확실성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공시를 통해 2분기 929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분기 영업익 1217억원에 비해 23.7% 줄어든 실적이다.
같은 기간 실적을 발표한 업계 2위 삼성중공업도 영업적자 7077억원의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직전 분기(적자 478억원) 대비 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글로벌 저유가 여파로 드릴십(시추선) 장부가액 감액 등이 반영됐다. 다만 이러한 손실은 자금지출과 관련이 없는 평가손이다.
대우조선해양도 2분기 매출 1조9658억원과 영업익 73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0.4% 늘었다. 그러나 영업익은 73.7% 축소됐다. 당기순이익도 515억원으로 78.8% 줄었다. 수주 부진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분에 대한 충당금 설정 등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이익률이 감소했다.
코로나로 인한 상반기 수주 감소 여파가 향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실적이 1~2년 후 매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선주사들이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 탓에 선박 발주를 주저하고 있다”며 “업계가 경기침체에 맞서 일감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건설기계업체 ‘투톱’인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도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구촌 전역에서 건설기계 판매가 줄어들면서 전년동기 대비 영업익이 급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9757억원, 영업이익 15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2%, 48.1%씩 감소한 수치다.
현대건설기계도 2분기 420억원의 영업익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7%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20.5% 줄어든 6684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191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도 코로나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중국 시장을 제외하고 주요 지역(한국‧중국‧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은 상반기 대비 업황이 회복돼도 연간 기준 20% 정도 수요 위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