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이 임대료 부담과 핀테크(금융·IT융합) 흐름으로 인해 지점 축소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비대면 금융경쟁사(카카오뱅크, 토스)와 플랫폼(네이버) 등장으로 인해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가속ㄷ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계열 은행 가운데 지점(지점과 출장소 포함) 수를 가장 줄인 곳은 하나은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지점 수(올해 상반기 기준)는 675개로 전년동기(749개) 대비 9.87% 비중이 줄어들었다. 이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합병 이후 순차적으로 중복 지점을 함께 정리하면서 지점 수가 크게 감소했다.
타 은행도 지점 수를 조금씩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KB국민은행도 올해 상반기 전체 지점 수는 1018개로 지난해 상반기 지점 수(1047개) 대비 2.76% 감소했다. 이어 IBK기업은행 (-1.51%), 우리은행(-0.80%), 농협금융지주 (-0.43%), 신한은행 (-0.33%) 순으로 지점 수가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은 온라인 금융 시스템이 활성화되면서 대면 고객들의 감소했고, 이에 따른 임대료 부담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코로나19가 촉발시킨 사회경제의 구조적 변화, 즉 언택트(Untact) 시대가 가속화 된 것도 지점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영업점 내점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영업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그렇게 되면 임대료 부담도 함께 커질 수 밖에 없고, 효율성까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지점 수 감소는 시대적인 흐름이고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언텍트 경제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지점 감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은행들이 단기간에 급격히 점포 수를 축소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도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의 일환으로 현재 은행권 자율규제로 운영되는 ‘은행지점 폐쇄 영향평가’ 절차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은행 지점의 감축은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우려는 아마 고령자들과 같은 금융소외자의 수요에 비해 지점 수 폐쇄 속도가 빠른 게 아니냐는 생각이 아닌가 싶다”고 말하면서도 “현재 디지털 금융이 급속화되는 상황에서 수익화 경쟁에서 은행들이 살아남으려면 지점 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 영업점이 감소하면 고령자들의 금융소외가 커질 수 있고, 또한 영업지점의 축소는 고용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만 은행도 적자를 감수하면서 유지할 명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업체들의 등장은 비대면 금융에 흐름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기준 26주 적금의 누적 개설건수는 560만좌를 넘어섰고, 내신용정보 서비스의 가입자는 510만명을 돌파했다. 또한 신용대출 잔액(2020년 7월 기준)은 14조2749억원으로 전년동기(10조4622억원) 보다 36% 증가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업권에 있어서 부담스러운 존재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은행업 라이센스가 없이 통장 개설과 결제까지 함께하는 금융서비스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가 타 핀테크 은행에 비해 느슨한 편이고, ▲‘네이버’라는 플랫폼이 갖고 있는 시장장악력도 기존 은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기존 은행 보다 유리한 조건의 여신금융(대출)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시중 은행 입장에서 본다면 같은 업권인 카카오뱅크 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보다 껄끄러운 상대”라며 “(금융당국의 규제에 다소 자유로운) 네이버가 결제 뿐만 아니라 금융 상품 가입 채널로서 운영하게 된다면 기존 금융사들의 지점 역할은 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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