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현대가(家)의 일군 건설사들이 지은 아파트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연일 나오고 있다. 입주자들과 진행 중에 있는 하자 관련 손해배상 소송(20억원 이상 규모)은 총 939억4400만원 규모다. 매년 반복되는 이같은 논란에 전문가들은 시공사와 감리업체 간에 역할분담 및 공기압박 등과 같은 내부 구조 개선을 주장했다.
잇딴 부실시공 논란...입주민과 22건 900억원대 소송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입주민들과 14건, 639억5600만원 규모의 하자 관련 손해배상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현재 8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총 273억3000만원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소송 건수가 1건 뿐이었다. 26억5800만원 규모다. 해당 소송 건수는 20억원 이상의 소송만을 집계한 것으로, 20억 미만의 소송까지 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당 건설사들은 최근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송전으로 번질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김포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입주가 시작된 새 집임에도 불구하고 천장에서 쓰레기가 나오는가 하면, 외부 난관 균열 등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장 업체가 시공 중에 남은 물품들을 넣은 것 같다. 현재 협력업체에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경기도 하남의 주상복합 아파트에서는 외벽 곳곳이 갈라지고 보수 흔적도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협의회를 만들어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 긴 장마에 이어 태풍까지 겹치면서 작은 실금이 생겼다. 기준치 내에서 발생한 일반적인 실금”이라며 “이를 보수하기 위해 틈을 벌려 균열을 내서 이를 메꾸는 공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자분들게 해당 사안에 대해 잘 설명 드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대림산업이 시공한 전주 한 아파트 단지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있다. 상가 건물 콘센트에서 물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지하주차장 등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각종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는 “상위권의 대형건설사가 이런 수준이라니 참담하다” “복불복인 거 같다” “청약을 넣어놨는데 고민이 된다. 한두푼도 아니지 않은가” 등의 대화가 오고 갔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나...시공사·감리업체 상호견제 이뤄져야
부실시공 문제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감리업체와 시공사 간에 명확한 역할 분담으로 인한 상호견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우리나라는 설계 따로, 시공 따로 진행한다. 감리업체와 협업이 돼야 하는데 제각각 이뤄지다 보니까 좋은 설계로 시공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감리 업체의 경우 시공사에 종속되지 않고 상호견제를 통해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창식 건축공학과 교수(한양대)도 “감리는 시공사를 견제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상호간 실수를 제어할 수 있는 존재”라며 “공생관계지만 역할분담이 명확할 필요가 있다. 크로스체크를 통해 이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사는 오히려 감리업체가 사업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통상 시행사가 감리업체를 결정하고, 시공사는 해당 업체와 건축을 진행한다”며 “감리가 감독을 하고 있다 보니 시공사 입장에서는 그들의 규정에 맞게 시공을 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우리가 을의 입장”라고 말했다.
내부 구조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 건설사의 시공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공사기간 압박 등과 같은 부분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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