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저희도 국민인데 왜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나요?”
정부가 10일 7조8000억원대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3조3000억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에 배정됐습니다. 제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매출이 감소한 연간 매출액 4억 이하 소상공인에게는 100만원, 집합제한 및 집합금지 업종에는 최대 200만원씩 지급될 예정입니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또 한 번 깊은 절망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유흥주점 업자들입니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단란주점 영업까지만 재정 지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박 장관은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는 단란주점 영업과 유흥주점 영업을 구분하고 있다. 단란주점 영업은 주류를 조리하거나 판매하는 영업, 손님이 노래를 부르는 행위까지 허용된다. 이 단계까지는 정부가 재정지원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의 차이점은 접객원의 유무입니다. 유흥주점은 손님이 고용된 접객원과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 음주, 춤이 가능한 곳입니다. 단란주점은 술을 팔고 노래하는 행위가 가능하지만 접객원 고용은 불법입니다.
앞서 지난 9일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고위험시설 중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을 제외하고 이뤄질 것이라는 구체적 방향이 알려졌습니다. 같은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유흥주점에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경기도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업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대한민국의 유흥주점 운영자는 80%가 저와 같은 생계형 영세사업자다. 유흥주점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막막한 상황과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정부를 믿고 신뢰하며 모든 지시를 적극 따랐다. 가장 먼저 희생하고, 협조했다”면서 “이런 유흥업자들이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저희가 대한민국 국민이 맞고 대한민국이 법치민주주의 국가라면 국가에서 보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측에 따르면 유흥업소는 최소 3개월부터 길게는 6개월 간 집합금지(강제휴업) 명령으로 영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에 번번이 제외됐습니다. 서울시에서 내놓은 소상공인에게 융자나 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자영업자 생존자금’ 대상 역시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타업종에 비해 많은 세금을 납부해왔기에 유흥주점 업주들의 분노는 더 컸습니다. 유흥주점은 재산세중과(16배) 외에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13%), 종사자 종합소득세, 원천세 등 총매출액의 40~45%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소식도 잇따랐습니다. 지난 4일 경기도 안양 에서 소규모 노래바를 운영하던 60대 자매가 코로나로 인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지난달 29일에는 강원도 춘천시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3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죠.
국민청원을 통한 호소에도 지원대상에서 끝내 배제된 유흥주점 관계자들은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또 ‘편 가르기’라며 분노를 표했습니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국장은 “단란주점은 되고 유흥주점은 안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유흥주점은 서울시 같은 경우 지난 3월부터 문을 닫았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 정서’라는 이유로 유흥주점을 외면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유흥주점 업자들이 범죄자인가. 우리가 도대체 나라를 위해 무슨 못할 짓을 했길래 이렇게 홀대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회원들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핸드폰 요금도 못 내고 친인척들한테 돈을 빌리는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죠.
최 사무국장은 “똑같이 문 닫게 할 때는 언제고 유흥주점만 지원대상에서 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면서 “국가에서 술장사한다고 무시하는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직업에 귀천 없다고 하는데 왜 나라가 직업을 차별하나. 그야말로 국민 사이 ‘편 가르기’하는 정치놀음”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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