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산을 찾는 시민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산악 모임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등산 등 야외 활동에서도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온라인 등산 모임 참석자와 접촉자 등 3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에 비해 6명이 더 감염됐다.
회원 3만명이 넘는 수도권 한 산악회 사이트 일부 회원들은 지난달 29일과 30일, 또 지난 1일 경기도 안양 일대 산을 함께 올랐다. 등산을 마친 뒤 식당과 호프집 등에서 뒤풀이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본은 감염이 일어난 장소를 등산 과정으로 한정할 수는 없고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전파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말 유동인구 변화를 살펴보면 도심이나 근교 산을 찾은 숫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달 국립공원공단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북한산(수도권), 계룡산(대전), 치악산(원주) 등 도심권 국립공원 3곳 탐방객 수가 전년에 비해 평균 약 21% 증가했다. 북한산 탐방객 수는 올해 상반기 341만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23.5%가 증가했다.
국립공원공단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도권의 경우 박물관, 미술관 등 여가 시설 운영이 중지되었고 상대적으로 차량을 이용하여 가까운 도심권 국립공원으로 나들이 가고 싶어 하는 탐방객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온라인 산악 카페 가입자수도 늘었다. 국내 최대 규모 산행 커뮤니티 플랫폼인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 가입자 수는 지난 7월 16만7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10만명에서 지난 4월 14만명까지 늘어난 뒤 증가세가 더 가팔라진 것이다.
특히 산을 찾는 젊은층이 크게 늘었다. SNS상에서는 ‘#산린이’ (산과 어린이를 합친 것으로 등산 초보자를 일컫는 말), ‘#산스타그램’으로 검색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이후에도 마스크를 쓰거나 혹은 쓰지 않은 채 인증사진을 남긴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집합금지명령으로 인해 헬스장이 문을 닫자 산에 운동기구가 설치된 일명 ‘산스장’(산과 헬스장의 합성어)을 이용하려 산을 찾는 이들도 있다. 운동 마니아들 사이에서 운동기구가 잘 갖춰진 곳으로 서울 남산, 백련산, 봉화산 등이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일부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자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전문가는 밀폐된 실내공간에 비해 야외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이지 위험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곳곳에 지금 깜깜이 환자가 그만큼 많이 퍼져있다는 뜻”이라며 “등산이 사실 개방된 공간인 만큼 안전해야 하는데 각종 여가 시설이 문을 닫으며 산에 사람들이 몰려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등산 할 때 여럿이 빼곡하게 줄을 지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숨이 차다 보니 비말이 앞뒤로 퍼질 수 있는 환경이 생기게 된다”면서 “등산을 하더라도 혼자서 조용히 인적이 드문 곳에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에 설치된 운동기구에도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쇠나 목재 등 딱딱한 표면에서는 오래 버틸 수 있다. 온도가 내려가고 건조해지면 더 생존기간이 길어진다. 겨울에서는 일주일까지도 생존할 수 있다”면서 “운동기구를 사용한 뒤 꼭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제는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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