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유흥주점 업주들이 차별 정책을 철회하라며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종사자들은 지원금 대상에서 끝까지 유흥업을 제외시킬 경우, 허가증을 반납하고 무허가로 영업할 수 밖에 없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맞은편에서 ‘생계형 유흥주점 2차 재난지원금 제외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지난 11일 정부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를 밝혔다. 정부는 감성주점과 단란주점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유흥주점과 콜라텍은 여전히 제외했다. 정부는 국민 정서상 지원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조치로 12개 고위험업소가 모두 똑같이 피해를 봤는데, 2개 시설만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전국에서 300여명의 유흥주점 종사자들이 참석했다. 검은색 상하의를 입은 이들도 눈에 띄었다. 참석자들은 ‘우리도 소상공인 자영업자다.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 ‘피해는 평등하게 주고 혜택은 불평등하게 주나‘ ‘최고 중과세 납부업종 일등 국민에 대한 차별 대우를 중지하라’ ‘유흥주점 영업도 생계형 업소다’라고 써진 피켓을 들었다.
자신을 극단적 선택을 한 유흥업주의 유가족이라고 밝힌 한 집회 참가자는 “유흥주점 하는 게 죄인가.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재난 지원금은 커녕 임대료 감면, 대출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 호화사치업종이라는 해묵은 낙인 때문”이라며 “고인이 운영하던 유흥주점은 방 2개 짜리로 아주 영세했다. 대형 음식점에는 각종 혜택을 쏟아붓고 유흥주점에는 단 하나의 지원조차 없었다”고 토로했다.
비대위 측은 정부에 ▲유흥주점 2차 재난지원금 지급 ▲강제휴업 기간 재산세 중과세 감면 ▲업종 차별 정책 철폐 ▲업태별 분류를 통한 생존권 보장 ▲집합금지명령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는 2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비대위측은 기자회견으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참가자가 많아지고 구호 제창, 피케팅 등이 진행됐다. 결국 집회로 성격이 변질됐다고 판단한 경찰이 해산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확성기로 참가자 자진 해산을 수차례 안내해 집회 참가자 발언이 끊어지자 “경찰 때문에 오히려 집회가 늘어지고 있다”며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유흥업 종사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휴업일수가 가장 많고, 부가가치세만 내는 다른 식품접객업종과 달리 재산세 중과(16배), 개별소비세(교육세 포함 매출액 13%), 유흥종사자 종합소득세 등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러나 40여년 전 호화사치업종으로 분류돼 ‘고급오락장’으로 법령에 명시됐다는 이유로 소상공인 긴급융자, 휴업손실보상금, 재난지원금 등 각종 지원 정책에서 배제됐다는 입장이다.
생활고로 업주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안양에서 소규모 노래바를 운영하던 60대 업주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강원도 춘천시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30대 남성 역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원봉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총무국장은 “앞으로 정부청사,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항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 등 여러 방안을 비대위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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