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추석은 모이면 안돼요" 벌초 대행 쇄도
- 완도군산림조합, 군내 조상묘지관리에 구슬땀
- 벌초마친 직원들, 간략하게 차례도 대신 드려
- 완도군, 평년 2배 넘는 1,300기의 벌초 대행
[쿠키뉴스] 전남 완도·곽경근 대기자 = 지난밤부터 내리던 비는 날이 밝아도 그칠 줄 모르고 남도의 가을을 적시고 있다.전라남도 완도군 고금면 농상리 측백나무가 나란히 경계를 이루고 해송 숲이 둘러싼 야트막한 동산에 자리 잡은 가족묘원에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17일 오전 우의와 안전장비를 갖춘 완도군산림조합 소속 벌초작업 일꾼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지난 봄 한식 때에도 깨끗하게 벌초(추석묘지관리)를 했는데 한 여름을 지나며 잡초들이 봉분과 석물을 가득 덮었다. 날카로운 예초기 날이 돌아가면서 더벅머리 같던 봉분들이 하나 둘 원래 모습을 드러낸다.
벌초작업은 2인 1조로 한 사람을 예초기를 작동하고 한 사람은 잘려진 풀을 갈고리로 한데 모아 쌓는다. 지난밤부터 내리는 가을비는 작업을 더디게 만들고 우의와 안면보호대에는 풀 조각들이 달라 붙어 있다.
마침내 2시간여 작업이 끝나고 가족묘 전체의 윤곽이 시원하게 드러났다.
묘지 상석에 과일 접시가 조촐하게 차려지고 제초작업을 마무리 한 일꾼들이 도열하고 완도군산림조합 박진옥 조합장은 하얀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한다. 단순한 노동에서 벗어나 우리 고유의 풍습인 조상의 묘소에 예를 다하는 풍경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비가 와서 벌초를 못할 줄 알았는데 아주 시원하게 잘 되었네요."
산림조합에 벌초를 의뢰한 황금선(67)씨는 완도군 산림조합 최상록 계장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최 계장이 스마트 폰으로 작업이 끝난 묘역 전경을 비쳐주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황 씨는 5대조 할아버지부터 부모님까지 모신 가족묘원이 방문이 어려워져 애만 태웠는데 말끔해진 선산에다 차례까지 대신 드렸다는 말에 ‘큰 짐을 던 것 같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하며 환하게 웃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방역당국과 각 지자체에서는 올 추석 고향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고향마을 방문 자체를 촉구하는 현수막을 붙여 놓은 곳도 많다.
이 같은 현실에서 완도군 역시 추석 명절 대이동이 코로나19 재확산의 기폭제로 연결되지 않도록 조상의 묘소를 대신 관리해주는 ‘벌초 대행 서비스’를 이달 25일까지 시행하고 있다.
완도군 산림조합 관계자는 벌초도 40% 할인된 금액에 해드리고 있지만 17일 현재 벌초대행 신청 폭주로 더 이상 접수가 안 된다고 밝혔다.
이른 아침부터 벌초작업 현장에서 작업을 지휘한 완도군산림조합 박진옥 조합장은 “벌초 대행 서비스는 완도군과 완도군산림조합이 함께 고향의 묘지를 관리할 수 있는 지역 연고자가 없거나, 올 추석의 경우처럼 고향방문을 자제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벌초 대행 서비스를 원하는 출향인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올해는 평년의 2배가 넘는 약 1,300기의 벌초를 대행하게 되었다. 산림조합 전 직원은 휴일도 없이 군민의 조상묘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우철 완도군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명절 군민과 향우가 함께 하는 ‘이동 멈춤’ 운동으로 벌초 대행 서비스, 온라인 부모님 안부 살피기,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한 명절 음식 나눔 서비스 등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가족을 만나지 못해 아쉽더라도 우리의 안전을 위해 한가위 명절에 이동을 최대한 자제해줄 것”을 부탁했다.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