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들국화는 노란색 계열의 꽃이 피는 산국(山菊)과 감국(甘菊), 흰색이나 분홍 색조의 구절초(九節草), 보라색 계열의 꽃이 피는 개미취, 쑥부쟁이 등이 있다. 약 15종에 이르는 개미취는 빠르면 7월말부터 초가을까지 꽃을 피우기에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그 뒤를 이어 쑥부쟁이, 구절초, 산국의 순으로 꽃을 피우기에 우리네 가을 산과 들녘에서는 아름다운 들국화들을 가을 내내 만날 수 있다.
노란색인 산국(山菊)과 감국(甘菊)을 구분하는 기준은 꽃의 크기다. 작은 노란 꽃이면 산국(山菊), 좀 큰 노란색이면 감국(甘菊)이다. 감국(甘菊)은 그 이름처럼 맛이 달고 풍열(風熱)로 인한 두통과 눈이 빨개지는 증상을 치료하고 눈물을 다스린다.
菊花味甘除熱風, 頭眩眼赤收淚功
산국(山菊)보다 꽃이 크고 단맛이 강한 감국(甘菊)으로 차를 만들면 풍열로 인한 두통과 감기를 다스릴 수 있고, 두뇌의 신진대사를 도와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능의 맛과 정취도 누릴 수 있다.
구절초는 꽃이 흰색 또는 분홍색 계열이고, 쑥부쟁이의 꽃은 연한 보라색이다. 쑥부쟁이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줄기 끝마디마다 꽃이 피어서 무리지어 보이는 점이, 가지 하나에 꽃이 하나가 맺히는 구절초와 다른 점이다. 쑥부쟁이는 구절초보다 꽃잎이 길고 날씬하며, 구절초는 꽃잎 끝이 국화꽃잎처럼 둥그스레한 점이 다르다. 또한 쑥부쟁이는 향이 거의 없고, 구절초는 국화향이 난다. 또한 구절초는 쑥부쟁이보다 줄기가 짧고 굵다는 차이가 있다.
구절초는 5월 단오 무렵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였다가 음력 9월 9일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되는데, 이 시기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 아홉이라는 뜻의 '九'와 중양절의 '節', 혹은 꺾는다는 뜻의 '切'자를 써서 '九節草' 또는 '九折草'라고 한다. 꽃 이삭과 잎줄기, 뿌리까지 모두 채취해서 바람이 잘 통하는 양지에서 말려 약으로 쓴다. 구절초를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부르는데,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에게 좋은 약효를 지닌다.
구절초는 전초를 한약재로 사용하며, 선모초(仙母草)라는 이름처럼 구절초는 월경을 조절하여, 월경이 고르지 못한 부녀자의 불임 치료에 효능이 있다. 보통 월경불순을 다스리어 불임치료에 효과가 있는 약들은 배가 차가운 증상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구절초도 성질이 따뜻한 약재로 알려진 자료들이 많지만, 원래 구절초의 약성은 따뜻한 것이 아니라 약간 서늘하거나 평(平)하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수족냉증 같은 냉한 증상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상열감과 홍조, 우울감 등의 갱년기 증후군과 같은 약간의 열감을 동반한 증상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구절초의 서늘한 기운을 이용하여 베개를 만들기도 한다. 머리의 열을 풀어, 눈을 맑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용도의 건강용 베개 소재로써, 역시 서늘한 약재인 메밀 등과 더불어 많이 연구되고 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의 싯구로 사랑받는 안도현 시인의 시 중에 아래와 같은 시가 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위 시의 화자가 익숙한 것에 취해서 ‘잘 알고 있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실제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아둔한 상태’였음을 인식하고 그런 관성에 빠져 살던 나태했던 과거의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절교(絶交)라는 표현을 통해 다시금 새로움에 다가서려는 의지와 노력을 나타낸다. 이 처럼, 이 가을은 우리도 맑고 차분한 가을의 정취를 담은 들국화를 차근차근 하나하나 살펴보며 산국,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등으로 분류하며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을 갖기에 좋은 시간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