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한온시스템은 회사 차원의 원가절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조직적으로 하도급업체들의 대금을 감액했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자동차 공조시스템 부품을 납품하는 45개 하도급업체 납품대금을 106회에 걸쳐 정당한 사유 없이 감액했다. 특히 2015년 하반기에는 ‘도전목표’라 불리는 추가 절감목표를 세워 모든 협력사를 대상으로 10% 추가 절감을 요구했다.
감액은 한온시스템이 거래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강압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공정위는 내다봤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시스템 분야 점유율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7.1조원) 기준으로는 자동차 부품 업체 세계 2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온시스템은 자신과 거래하는 하도급업체들의 거래의존도·영업이익률 등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해 납품대금 감액을 요구했다. 하도급업체가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발주 물량을 감축하거나 타 업체로 거래처를 변경하겠다는 위협을 주요 협상전략으로 삼았다. 이에 하도급업체들은 부당한 요구를 받으면서 오히려 선처를 부탁, 납품대금 감액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하도급법 제 11조는 하도급대금 감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원사업자가 감액의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만 감액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한온시스템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다.
한온시스템은 공정위 조사에서 허위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감액 정당 사유를 입증하라고 하자 한온시스템은 견적서, 계약서, 회의록 등을 새롭게 만들어 제출하거나 원본에 없던 문구를 삽입해 허위로 자료를 작성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1년 개정된 하도급법은 하도급업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감액의 정당한 사유 입증책임을 원사업자에게 전환했다”며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입증책임이 원사업자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현장조사,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 다각적인 조사를 통해 핵심 증거를 확보해 허위자료 제출을 통한 법 위반 은폐 시도를 무력화했다”며 “이는 향후 공정위 조사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법 위반 행위를 무마하려는 시도를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