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의료계 석학들과 전국대학병원 단체들이 의사국가고시 정상화를 호소하고 나섰다. 본과 4학년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응시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의료계 원로 석학들의 단체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25일 호소문을 내고 "정부가 의과대학생들에게 의사국가고시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지지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의학한림원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 논란과 관련 "정부와 국회가 의료단체와 의정협의체를 구성하여 정책을 재검토하고 발전적 대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하였음은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나 그 과정 중에 금년도 의사국가고시라는 중대한 절차를 시기적으로 지키지 못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금년에 졸업하는 의대생들이 의사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면 내년에 심각한 의료공백이 초래되는 중대한 의료위기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본과 4학년 의대생들이 국가고시 응시의사를 밝혔으나 정부는 '추가 응시 기회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원로의사들은 내년도 의사 배출 공백으로 의료시스템 붕괴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학한림원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내년 1년 의사 배출의 공백이 가져올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1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며 그 피해는 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건강을 위협한다. 전국 대학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이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도 확보하지 못하게 되어 지속적인 의료공백을 유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이에 정부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지하고 국민건강수호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 의사국가고시의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가고시를 치르지 못함으로써 발생할 진료공백 사태는 평생 대한민국 국민의 의료행복을 추구해온 저희 원로 의학자이자 의료인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정부가 의과대학생들에게 의사국가고시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지지하여 주실 것을 의료계 원로단체 전 회원의 뜻을 모아 간곡히 호소한다"고 피력했다.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국립대학교병원협회·사립대학교병원협회·상급종합병원협의회·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6개 대학병원 단체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의사국가고시 정상화로 코로나 위기에 다가올 의료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뜻을 같이했다.
이들 공동 단체는 "아직 의료계에 발도 내딛어 보지도 못한 젊은 학생들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의정 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의 학생들은 멀지 않아 우리 환자들이 만나게 될 미래의 의사들"이라며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향후 10년동안 매년 500명을 추가 양성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당장 내년에 무려 27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심각한 상황이다. 감정 만이 아니라 이성으로 숙고하며 국민건강에 무엇이 최선인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인턴이 배출되지 못하면 전국 병원들의 전공의 수련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전공의 업무의 일부를 도와오던 인턴의 부재는 그렇지 않아도 주 80시간 일하는 전공의들에게 과중한 업무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코로나 선별진료소와 중환자실 케어의 최전선에서 전공의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기에 이들의 공백은 코로나 대응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며 "부족한 인원 탓에 응급 환자가 많은 외과 등 비인기과의 전공의 모집은 더욱 어려워지고 보건지소등 의료 취약지역과 군대의 의무 영역에 매우 큰 공백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의 위중함도 지적했다. 이들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백만명을 넘어서고 있고, 잠잠해지는 듯했던 유럽에서도 환자 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의사 수 감소를 감수하며 닥쳐올 위기와 맞서겠다는 결정을 내릴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며 "지금도 코로나19로 많은 국민들이 지쳐 있고 적지 않은 환자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받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우선되는 가치는 없습니다. 공정성과 형평성도 중요하나, 이를 위해 국민들의 건강을 유보할 수 없다. 미래의 생명이 침해될 위험을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대학병원들은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우리 학생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달라. 아픔을 딛고 잘 성장하여 내일의 코로나 전사로 국민건강 수호에 앞장설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며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에 민감하지 못했던 부족함은 스승과 선배들을 책망하여 주시고, 우리들의 아들이요 딸이기도 한 청년들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들 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함"이라며 "우리 의료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인 결정을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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