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집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관광지가 북적일 예정이다. 추정이긴 하지만 제주도에 30만, 강원도에 50만명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한 달째 추석 연휴 이동 자제를 간곡히 당부해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처음으로 추석 이동 자제를 공식 권고했다. 정 총리는 “나와 가족, 친지의 건강과 안전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집에 머무르며 휴식의 시간을 갖도록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지난 15~17일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라는 제목의 웹툰을 제작해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추석 때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는 핑계로 자신의 이동 자제 당부를 언급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부모님편, 자녀편, 삼촌편 3편으로 제작됐다. 부모님편에는 ‘얘들아, 올 추석엔 내려오지 말거라’라는 문구 아래 부모님들이 대신 용돈을 두 배로 부쳐달라고 요청하는 삽화가 들어갔다.
지자체도 팔을 걷어붙였다. 귀성 자제 영상 편지 촬영, 온라인 합동 차례, 벌초 서비스 제공, 농특산물을 가족 친지들에게 택배로 보낼 경우 택배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추캉스’족(추석+바캉스)의 발걸음을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호텔 예약률(22일 기준) 강원도는 평균 94.9%, 제주도는 평균 56%로 집계됐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는 추석 연휴인 오는 30일부터 내달 4일까지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은 귀성객을 포함해 19만8000명 규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사실상 연휴가 시작되는 이번 주말인 26일부터 1주일간 입도객까지 합하면 3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여름 성수기 제주도 방문객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수도권과 가까운 강원도도 많은 인파가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호텔 예약률이 90% 이상 됐다는 점과 당일치기 여행객들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50만명 이상이 연휴 기간에 강원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며 방역에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민들은 외부 관광객들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2일 “제주도 1일 관광객 수 총량제를 제안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업무, 및 부득이한 사유 외에 관광목적 1일 제주도 입도객 수를 제한해달라고 요구했다.
청원자는 “바로 이 시간 제주시 동문재례시장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길을 지나가지 못할 정도”라면서 “도민은 관광객이 무서워 장도 못 본다. 아프신 부모님 모시고 서울 병원에 다녀오는 것마저 주변에 미안해하면서 조심히 다니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 사람들만 조심하면 뭐하나”라고 우려했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지난 3월 이른바 ‘강남 모녀’ 사건으로 홍역을 치뤘다. 서울 강남구에서 제주도에 여행을 간 모녀는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었으나 감기약만 처방 받은 채 관광을 강행, 도내 업체 20여 곳이 영업을 중단하고 90여명이 자가 격리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제주도는 이들 모녀를 상대로 1억32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제주도와 강원도는 고강도 방역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26일부터 내달 11일까지 특별방역 집중관리 기간으로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 37.5℃가 넘는 제주 입도객은 의무적으로 진단검사를 받고 격리 조치된다. 입도객은 제주 체류 기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 벌금과 함께 확진시 방역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 받게 된다. 원 지사는 “제주에 가급적 오지 말라”면서 “(권고를) 무시하거나 해열제 먹고 돌아다니는 경우 지난번 강남구 모녀처럼 바로 고발해서 소송하겠다”고 경고했다.
강원도 역시 오는 28일부터 내달 11일까지를 특별 방역기간으로 지정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준하는 조치로 방역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3200여명의 방역 요원을 주요 관광지에 배치하여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 준수를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은 8월 말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나 아직 불안한 요소가 많다”고 우려했다.
국내 확진자 수는 지난 8월말 400명대까지 급증했다가 이달 3일 100명대 후반까지 줄어들었다. 최근 일주일새 신규 확진자수는 22일 61명, 23일 110명, 24일 125명, 26일 61명, 27일 95명, 28일 50명으로 두 자릿수와 세 자릿수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박 1차장은 “다가오는 추석 연휴는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면서 “지금 조금씩 보이는 안정세를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더 큰 재유행으로 갈 것인지가 이번 추석에 달려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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