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 사건을 두고 유족과 정부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A씨 친형 이래진(55)씨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IMO(국제해사기구) 등 국제조사위원회를 통한 조사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기자회견을 통해 “실종돼 30여시간 표류하는 동안 정부와 군 당국은 동생을 구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결국 북방한계선(NLL)으로 유입되었고 마지막 죽음의 직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우리 군이 목격했다는 그 6시간 동안에도 살리려는 노력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자진월북했다는 정부 발표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이씨는 “월북이라고 단정하면서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감청 내용을 믿어준다”며 “(동생을) 엄청난 범죄로 몰아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아울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서도 “동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A씨가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다. 해양경찰청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A씨와 관련해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월북 정황이 있다고 재차 밝혔다.
해경은 그 근거로 A씨가 인위적 노력이 아니고서는 갈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 또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북측이 A씨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정보를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었던 점을 들었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전날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했다. 실종자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면서 “실종자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해경은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어업지도선에서 단순 실족했거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봤다.
또한 지난 21일 A씨 실종 당시 소연평도 인근 해상 조류와 조석 등을 분석한 ‘표류 예측’ 결과에 따르면 당시 단순 표류됐다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남서쪽으로 떠내려갔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A씨는 소연평도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38km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피격됐다. 윤 국장은 “인위적인 노력 없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제 발견 위치까지 (단순히)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해경은 A씨가 총 3억3000만원 금융기관 채무가 있고 그 중 2억6800만원은 도박 빚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다만 채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월북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A씨 유족은 A씨가 선박에 공무원증과 신분증을 그대로 두고 갔다는 점을 들어 자진 월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선박에 남아있었다는 신발(슬리퍼)는 밧줄 아래 있었고, 채무로 월북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 월북으로 몰고 간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한 국방부와 북측 통지문 내용이 다른 점도 논란이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시신 훼손을 부정한 북측 설명과 달리 현재까지 ‘총격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기존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4일 국방부는 다양한 첩보를 종합분석한 결과 “북측이 사격 이후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인원이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뿌리고 불태웠다”고 밝혔다. 또 당시 북한이 이씨의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이 식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25일 북한이 청와대 앞으로 보낸 대남통지문에서 A씨가 있던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주장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청와대가 제안한 남북 공동조사에 북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예정이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대통령 주재 긴급안보장관 회의를 열고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북한에 공동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은 같은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수색 작업을 하는 남측 해상경계 ‘무단침법’을 문제 삼으면서 동시에 자체 수색할 예정이고, 시신을 찾으면 남측에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남북 공동조사에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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