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는 95년 바뀌었는데…일제 잔재 ‘유치원’ 명칭은 ‘굳건’

‘국민학교’는 95년 바뀌었는데…일제 잔재 ‘유치원’ 명칭은 ‘굳건’

기사승인 2020-10-09 06:30:02

사진=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교육계에서 일제 잔재 청산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일제 잔재 중 하나인 ‘유치원’(幼稚園) 명칭 만은 수년째 그대로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7일 성명서를 내 “한글날을 맞아 일제 잔재에 문제의식을 갖고, 유아교육이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유아학교’로 명칭 개진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계는 ‘유치’가 우리나라에서 수준이 낮거나 미숙하다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면서 한자어를 사용하는 한자문화권에서 유아 교육기관에 ‘유치원’ 명칭을 사용하는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국신민학교’ 준말이었던 국민학교를 1995년 ‘초등학교’로 개정했지만 일제식 조어인 ‘유치원’이라는 명칭은 초등학교 명칭이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치원’이라는 이름은 독일말로 유치원을 뜻하는 ‘kindergarten’(어린이들의 정원)을 일본식 조어로 만든 말이다.

지난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치원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명칭 변경을 정부에 제안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면서 힘을 실었다. 교육계 시민단체들은 한국교총과 교육부에 건의서를 보내고 유치원 명칭 변경안을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무산됐다.

일제 잔재라는 이유 외에도 공적 의미와 책무성을 더하기 위해서도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전병주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유치원이 비영리교육기관이라는 인식을 원장을 포함한 국민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도 유아학교로의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9년 교육부는 명칭을 바꾸지 않는 이유를 묻는 국회의원 질의에 보육계 반발을 들었다. 지난 2004년 교육부는 유아교육법 제정 당시 명칭 변경을 한차례 추진했는데 보육계에서 “유치원 명칭이 ‘학교’로 바뀌면 어린이집의 원아 모집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정책홍보국장은 “일제 잔재인 유치원이라는 명칭을 굳이 고수할 필요가 없다. 적극 찬성한다”면서 “한유총은 지난 2014년 ‘유아 학교’로 명칭을 바꾼 아크릴 간판을 자체 제작해 유치원에 보급하는 등 선제적으로 노력해왔다. 보육계 등 민간단체에서 반대한다고 명칭을 못 바꾸는 건 아니지 않나. 교육부 의지만 있다면 해결됐을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지영 전국유치원교사노동조합 대변인은 “단순히 명칭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유아교육법을 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아교육계 내부에서도 여러 입장이 얽혀 있는 문제”라면서 “각계 의견수렴이 먼저겠지만 교육부도 미온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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