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화재로 집을 잃은 울산시 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한 호텔 숙식비 지원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0일 “세금으로 호텔 숙식 제공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여러 건 올라왔습니다. 지난 8일 발생한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화재로 피해를 입은 주민 중 거처를 찾지 못한 백여 명은 남구 소재 롯데호텔, 스타즈호텔, 시티호텔, 신라스테이 등에서 묵고 있습니다. 화재로 13층 이상에서 일부 전소한 세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주민 91명이 찰과상과 단순 연기 흡입 등 부상을 입었습니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울산시의 세금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12일 오후 3시 기준 동의 인원 3000명을 넘었습니다.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되어 현재는 관리자가 검토 중입니다.
청원인은 “사망자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개인 사유지이고 재해로 불이 난 것도 아닌데 세금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청원인은 “호텔, 개인구호물품 등등…그분들 사정은 안타깝지만 왜 여기에 세금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건설사, 보험을 통해 해결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재해로 손해를 입으면 대피소를 마련해 텐트를 쳐주면서 이번에는 왜 특별대우를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9일 지역 언론사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 울산시의 주민 간담회에서 일부 입주민이 “전기세 등 세금을 감면해달라” “가재도구와 옷을 사입게 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자 부정적 여론은 더 커졌습니다.
울산시는 체육관이 아닌 호텔 숙식을 지원하는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 상황과 겹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재해구호법상 ‘재해구호기금 집행 지침’에 근거해 구호, 생계 지원을 위한 주거비로 하루 6만원, 급식비로 1식(1일 3식) 최대 8000원을 총 7일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거비와 급식비 초과분은 자부담입니다. 시는 지난 3월 울주군 웅촌면 산불, 지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때도 이재민들에게 같은 기준으로 숙식비를 지원한 사례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이 나온 뒤에도 울산시 주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과연 이번 화재가 재해구호법 적용이 가능한 ‘재해’ 수준이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재해구호법에서는 이재민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 제1호에 따른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제시한 재난은 크게 2가지인데요, 태풍 홍수 호우 강풍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인한 ‘자연재난’과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를 입은 ‘사회재난’입니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는 다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대통령령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인명 또는 재산 피해’와 ‘그 밖에 행정안전부장관이 재난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피해’로만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피해 이재민들은 화재 피해에 더해 악성 댓글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익명의 화재 피해자 A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차라리 체육관에 갔으면 좋겠다. 안 좋은 댓글에 엄청나게 상처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문제의 간담회에 대해서는 “불이 나고 아무것도 없고 하니까 막막했다. 언어가 좀 격앙되게 나온 것 같다”면서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도 호소했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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