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간신히 적응하니 이번엔 가림막” 속타는 수능생들

“마스크 간신히 적응하니 이번엔 가림막” 속타는 수능생들

기사승인 2020-10-14 06:15:01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 “수능 가림막 주문했습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익숙해져서 수능에서 불편 없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 “모의고사 때 가림막을 설치하고 연습해 보려고 하는데 너무 ‘오바’처럼 보일까요”

교육부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불구하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가림막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초반 불편을 호소하고 방역 효과에 회의적이었던 수험생들도 점차 철저히 대비하자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13일 온라인 포털사이트 쇼핑몰에는 ‘수능 고사장 납품 확정 제품’ ‘교육부 규격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아크릴 가림막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게시된 가로 60cm·세로(높이) 45cm를 맞춘 칸막이다. 가격대는 1~3만원 대 수준이다. 업체들은 “수능 칸막이에 미리 익숙해지면 시험장에서 당황하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가림막을 제작·납품하는 업체들은 교육부 발표 이후 개인을 비롯해 학교, 학원 등 다양한 고객으로부터 주문량이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에 한 기숙사 학원 관계자는 “원생들이 수능을 대비해 바뀐 환경에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학원 내에 가림막을 설치했다”면서 “학생들도 처음에는 공간이 적다, 시험지가 가림막에 비친다는 등 불편해하기도 했지만 이제 좀 적응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가림막을 제작하는 A 업체는 “학원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 외에도 집에 놓고 연습하려 개인이 구매하는 건수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B 업체 관계자는 “1개씩 구입하는 개인 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200~300건 정도”라며 “이미 지난주 대형 입시학원 2군데는 설치를 완료했다. 추가로 설치 예정인 학원은 6곳이고 물량은 8000개 정도다. 교육부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기 때문에 수긍을 하고 빨리 대응하겠다는 분들이 많다”고 밝혔다.

사진=지난 12일 오후 서울 대치동 종로학원 강남본원에서 재원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박태현 기자
수험생들은 가림막을 구매하거나 가림막이 있는 환경을 가정해 대비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간식 살 돈으로 대신 가림막을 구입했다” “가림막을 사야할지 고민 중”이라는 글들이 잇따랐다. “시험지를 접어서 푸는 법을 연습해야겠다” “시험지를 기울여 푸는 습관을 고쳐보려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이왕 이렇게 된 거 가림막에 시계와 수험표를 붙여서 공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하려 한다”는 수험생도 있었다.

다만 방역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거리두기를 위해 차라리 고사장 숫자를 늘리는 게 맞지 않냐는 지적이다. 수능과 관련된 회원 280만명에 이르는 온라인 카페 회원들 사이에서는 “KF94 마스크도 착용하고, 앞사람 등 보고 앉는데 가림막이 굳이 왜 필요한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비판이 나왔다. 또 수험생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시험지 크기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책상 앞 가림막 설치를 반대한다’는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마스크 착용과 책상 간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를 확대하면 될 일이지 수험생 불편만 가져오는 가림막 설치는 재원 낭비”라고 꼬집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지난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수능 전면 가림막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아이들 건강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림막을 전면에만 설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좌우 간격은 어느 정도 거리가 띄워지는데 앞뒤 간격은 띄워지지 않기 때문에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가림막 설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고사장 숫자를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8월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능 시험장) 가용학교 중 절반을 사용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측면에서 안전하다고 하는데 왜 안 하는가”라고 질의했다. 기존에 전국 중고등학교 약 30%가 시험장으로 활용됐는데 이를 5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고사장이 많이 생기면 고사장 간 거리, 감독관 추가 배치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들이 많다”고 답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한 상황에서 가림막이 추가적인 방역 효과가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면서 “수능 당일 학생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책상 간 거리두기를 충분히 유지하고, 환기를 잘 시키는 등 기본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봤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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