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이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준칙은 엄격해야 한다”라는 발언을 두고 여당의 강한 질타가 이어졌다. 다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시국 속 통화정책 운용이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20대 청년 대출증가 위험성 ▲리디노미네이션 도입 여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시장변화 등이 논의됐다.
한국은행 “코로나19 극복 위해 통화정책 완화 운용할 것”
이주열 총재는 16일 국회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국내경제 회복을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국감 인사말에서 “코로나19의 전개 상황이 국내외 금융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 동안 실시한 정책대응의 파급효과를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며 “이와 함께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과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도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업무현황 자료를 통해 국내 및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회복세가 둔화됐다고 봤다. 여기에 국내 경제도 동일하게 하반기부터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7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회복세가 둔화됐고, 앞으로 글로벌 경제를 중심으로 수출이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의 경우 최근 농산물값 급등으로 오름폭이 확대됐으나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당분간 낮은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오는 2021년 이후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고 경기가 개선되면서 점차 높아진다는 관측이다.
이 총재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양상을 예의주시하면서 금융·외환시장 안정과 신용의 원활한 흐름이 유지되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주열 “엄격한 재정준칙 필요” 소신 발언에 여당 ‘질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소신 발언한 것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질타를 이어갔다. 재정준칙이란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정한 규범으로 한국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도입을 논의한 바 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난 14일 오전 기준금리 결정 회의 후 가진 온라인 간담회에서 정부 재정준칙 도입 방안에 “국가재정운용에 요구되는 자기규율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며 “장기적인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날 국감에서도 이 총재는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소신발언을 이어갔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재정준칙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 총재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장기적인 전망을 보면 건전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위기가 회복됐을 때를 생각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지금 코로나19로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어떻게 엄격한 재정준칙이 가능할 수 있겠느냐”며 “엄격한 재정준칙을 강조할 게 아니라 공적자금 회수 방안 등 국채 발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제시했어야 한다. 민감한 시기에 독립기관인 한은 총재까지 나서서 기름을 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이런 시기에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해 논란과 분란을 일으키느냐. 정부 정책에 훈수를 두겠다는 거냐.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도 마찬가지로 “(이 총재가) 재정준칙의 엄격성을 강조하셨지만, 해외 주요 나라 보면 중앙은행이 준 재정 역할을 한다”며 “한은이 확장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길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재정준칙 발언 비판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해당 발언은 지금에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총재는 “재정준칙이 무조건 엄격해야 한다고 한 마디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지만 위기 요인이 해소되면 평상시에는 엄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한국은행 적극 ‘역할론’ 주문…이주열 “역할 확대 공감”
이번 기재위 국감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정책 확대이 필요하다는 ‘역할론’이 주문됐다. 이주열 총재는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로나 19 상황에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중 하나로만 갈 수 없다”는 지적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재정과 통화정책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이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도 역할 확대를 고민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저희들이 유념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정책 운용을 넘어 더욱 적극적인 정책 수립을 주문했다. 김 의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다양한 통화재정정책을 펼쳤다. 리스크 파이터로서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며 “한은도 정책 목표 확대 필요성에 대해 단계적으로 준비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주열 총재는) ‘도를 닦고’ 계시는지, 도를 닦았으면 국민들에게 결과물을 보여달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실시하고 있는 평균 물가안정목표제와 통화정책 수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추 의원은 “한국은행의 독립성 여건은 조성됐다. 변신해야 한다”며 “국회 기재위에 총재께서 혼자라도 오셔서 정기적으로 정책에 관한 대화를 하자. 그래야 자극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전체적으로 그런 지적에 대해서 정말 노력은 하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말을 먼저 드린다”며 “지금 현재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어느때보다 존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질책에 대해 이견이 없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재위 보고 정례화 부분에 대해서는 의원들께서 정하시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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