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철가방 우수 씨(2012)’와 나눔의 경제학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철가방 우수 씨(2012)’와 나눔의 경제학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0-10-28 19:32:27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기부 천사 배달원’, ‘철가방 천사’, 바로 ‘김우수’(1957~2011. 9.25.)씨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7살 때 보육원에 보내졌으나 12살 때 보육원에서 뛰쳐나옴으로써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구걸과 노숙을 하면서 거리를 전전하며 소년원도 몇 번 들락거렸다. 40대 때 나이트클럽에서 피에로로 일하며 번 돈을 사기당하자 홧김에 방화를 함으로써 1년 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수감 당시 여동생에게 책가방을 사주고 싶다는 소년의 글을 읽고, 자신의 영치금을 그 소년에게 보낸다. 그는 결혼한 적도 없고 휴대전화에는 단 하나의 문자메시지도 없을 정도로 철저히 외롭게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후원을 받은 소년으로부터 세상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사하다’는 편지가 온다. 그는 너무나 행복하여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출소 후 월세 25만 원짜리 고시원 쪽방에 살며 중국집 음식배달원으로 철가방을 들고 일하면서 고작 7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5명의 결손아동을 7년 동안 후원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1년 9월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가 살던 방에는 후원해온 어린이 3명의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와 그의 보물인 아이들의 감사편지, 사망보험 증서(수령자, 어린이재단), 장기기증 약속 증서가 남아 있었다.

이 영화는 김우수의 감동적인 실화를 보여준 작품으로, 고인의 삶을 기리기 위해 윤학렬 감독이 영화화 하였으며, 배우 최수종이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전 출연진 및 제작진이 노개런티로 참여했고, 부활 김태원, 디자이너 이상봉, 소설가 이외수 등이 재능기부를 통해 참여하였다.

나눔은 물질적 재산의 나눔뿐만 아니라, 지식(지식이나 정보의 공개, 저작권 개방)의 나눔, 노동(재능 등의 노동력)의 나눔 등으로 구분된다. 어떤 형태든 나눔은 소득격차와 사회갈등을 완화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12대 400년간 부를 유지하면서도 늘 이웃과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았던 경주 최부자 가문이 그렇다. 그 집안의 교훈, ‘육훈’(六訓)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말라. ② 재물을 모으되, 만 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라.(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③ 찾아오는 과객은 귀천을 구분하지 말고 후하게 대접하라. ④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⑤ 가문에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⑥ 사방 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이러한 나눔의 정신은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자본의 주요 구성요소 중 하나로, 미국의 경우 나눔 관련 산업 규모가 GDP의 5.4%, 고용도 10% 정도를 담당한다. 또한, 각국의 기부와 1인당 GDP/지니계수 관계를 살펴보면,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기부가 많아지며, 소득불평등도가 높아지면 기부라는 나눔 행위를 통해 소득불평등도를 줄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따라서, 나눔은 한 국가의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며, 개인 관점에서도 나눔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향상된다.(장후석, “나눔의 경제학”,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주평', 16-6(통권 679호) 2016. 2.12.).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갑절이 된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나눔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귀한 것을 나누는 것’이다. 생전에 김우수는 “삶에서 어느 한순간도 빛이라고 할 만한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도울 때만큼은 내 삶에서 가장 빛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면서, “여유가 있어야 돕는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더 많이 해주지 못해 언제나 미안해했으며, 건강하게 오랫동안 후원할 수 있는 것이 자신의 가장 큰 소망’이라고 하였다. 생의 마지막까지 사랑을 배달한 그의 아름다운 선행을 생각하면,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살 맛 나는 곳임이 분명하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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