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쉴 수 있게 도와주세요” 택배기사 주5일 근무 청원

“토요일 쉴 수 있게 도와주세요” 택배기사 주5일 근무 청원

기사승인 2020-10-30 14:53:42

▲사진=택배 물류센터의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오늘 주문하고 내일 받아보는 총알 배송도 좋습니다만, 토요일만은 택배 노동자들의 휴무로 양보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택배 노동자 주5일 근무를 가능하게 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같은날 또 한 명의 택배 노동자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올해 들어 15번째입니다.

자신을 ‘강산이 두 번 변할 만큼 오랜 시간 택배 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한 청원인은 29일 “택배 종사자들의 주5일(토요휴무) 근무를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청원인은 ”택배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면서 “그러나 항상 편리함 뒤에는 대가가 뒤따른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택배 노동자분들이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주 5일제 근무가 도입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택배업계에서는 딴 나라 얘기”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8월 ‘택배 없는 날’을 지정해 화제가 됐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그쳤습니다. 청원인은 “28년만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특별휴가이고 택배 노동자들의 사기를 올려주는 올바른 휴무였다고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댔다”면서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딱 하루를 쉬면서 만감이 교차했고 자괴감마저 느낀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죠.

이어 “올해 들어서만 10여명 이상이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사망했다”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늘도 묵묵히 임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을 위해 주 5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사진=29일 택배 노동자에 대한 주 5일제 제도화 방안에 대해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리얼미터 제공

같은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또 한 명의 택배 노동자 과로사 추정 사망 소식을 전했습니다. 

대책위는 한진택배 간선차 운전기사 김모(59)씨가 지난 27일 자신의 차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한진택배 대전터미널에서 간선차 운전 일을 해왔습니다.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매일 오후 10시 대전 한진터미널에 출근해 차에 짐을 실은 뒤 부산 지점에 하차하고 다시 대전에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고 합니다. 고인은 가족에게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던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대책위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당일배송, 총알배송 등 점점 빨라지는 배송속도의 반의반 만큼이라도 열악한 택배 노동자의 환경을 개선 시켜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20일 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숨진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간선차 운전기사 A씨(39) 역시 대책위와 유가족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과로사’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책위에 따르면 A씨는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18일, 오후 2시에 출근해 19일 낮 12시에 퇴근해서 연속 22시간을 근무했습니다. A씨는 4시간 뒤인 19일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해 20일 오후 11시50분 터미널 주차장 내 휴게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사진=택배 노동자를 응원하는 캠페인에 동참한 시민들. SNS 캡쳐

택배 노동자들이 근무 시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 대다수의 고용 형태가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직(특고)이기 때문입니다. 특고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을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이에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인력 충원, 택배 수수료 인상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9일 최영애 위원장 명의 성명을 내 택배 노동자 주5일제 적용을 거론했습니다. 인권위는 “택배 노동자들은 현행 법·제도상 개인사업자로 간주돼 노동법상 근로자로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화물취급 및 분류작업 인원의 충원, 개인별 하루 취급 물량의 적정선 설정, 주 5일제 적용 등 연속되는 장시간 노동에 대한 다양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을 향한 응원도 하나 둘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 앞에 응원의 메시지와 간식을 준비하거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도 긍정적입니다. 29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TBS의뢰로 지난 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택배노동자 근로환경 개선 방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5.7%가 택배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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