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시대…암환자에게 호스피스가 필요한 이유

‘웰다잉’ 시대…암환자에게 호스피스가 필요한 이유

사망 기전 다양하고 통증 발생, 편안한 마무리 위한 치료+돌봄 필요 

기사승인 2020-11-02 04:30:02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웰다잉(well-dying)’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경우 임종에 이르는 원인이 다양하고, 그 과정에서 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해 치료와 돌봄이 동시에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에 호스피스·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말기 암환자가 임종돌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암 사망 원인은 전이, 전신쇠약, 감염 및 합병증 등이 있다. 우선, 악성종양이 혈관이나 일부 주요 장기로 전이된 경우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대장에 생긴 종양으로 장이 터지면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뇌에 전이되면 뇌신경을 방해할 수 있다. 각종 독성을 해독하는 간으로 전이가 되면 간기능이 떨어지면서 다른 장기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이가 되지 않더라도 암 자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조현정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원발암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단순히 암이 비정상적으로 켜져서, 자리만 차지해서가 아니”라며 “암은 (증식을 위해) 어떤 장기에 자리를 잡고 세포분열을 하면서 몸과 상호작용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몸의 영양분을 뺏어간다. 밥을 먹으면 영양분이 뼈의 근육, 살로 가야하는데 그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전문의는 “암환자가 살이 빠지는 이유는 단순히 먹지 못해서가 아니라 공급된 영양분이 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사나 호르몬 분비 등 일상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기능도 망가지게 된다”며 “폐나 간, 뇌, 심장 등 우리 몸에서 생명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필수 장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 망가지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종양의 사이즈가 커지면서 물리적 변화가 발생해 만성염증반응 등이 나타날 수도 있고, 전이되지 않고 크기가 커지지 않더라도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다”며 “혈액암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감염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 조절은 암환자의 존엄한 죽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말기 암환자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극에 민감한 장기에 암이 생겼거나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는 환자가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통증 및 신체적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와 웰다잉 준비를 동시에 제공한다. 

참고로 호스피스는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돕기 위한 서비스다. 서비스 유형에 따라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으로 나뉘며,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입원은 여명을 예측할 수 있는 말기 암환자만 가능하다. 가정형은 호스피스 팀이 가정으로 방문해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자문형은 일반 병동과 외래에서 진료를 받는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호스피스 팀이 담당 의사와 함께 임종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문형은 입원형과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모든 서비스 결정권이 담당 의사에게 있고,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일반 병동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입원형은 독립된 호스피스 병동에서 통증 및 신체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가 즉각 이루어질 수 있어 암환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또 투병생활로 신체적‧정신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환자들이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기관별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다르지만, 대개 미술‧음악 치료로 심리적‧영적 도움을 주거나 버킷리스트 작성, 장례 계획 세우기, 가족과 추억 공유하기 등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조 전문의는 “우리나라 정서상 끝까지 치료를 하다가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호스피스 병동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암환자들은 말기로 진행됐을 때 자신의 삶을 뒤늦게 되돌아보는 것에 대해 크게 후회한다”면서 “치료 중에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질 수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도 없었지만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면서 자신의 우선순위를 알게 되고, 가장 걱정되는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어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임종은 보편적인 일이다. 꼭 병원에서 호스피스가 이뤄질 필요는 없지만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택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6월 기준 전국 87개 호스피스 전문기관이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아 운영 중에 있는데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많지 않다. 서울을 기준으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나머지 빅5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은 자문형, 가정형 등 다른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공립의료기관 위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19 유행으로 감염병 환자만 진료하면서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는 일도 있었다.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20일 기준 휴업신고 기관은 국립중앙의료원을 포함해 총 14곳이다.

호스피스에 대한 인지도와 필요성, 서비스 이용의도는 모두 상승하고 있다. 중앙호스피스센터가 지난해 11월~12월과 올해 6월~7월 국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대국민 인식 및 태도, 이용의도 등을 파악한 결과,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지도와 필요성, 서비스 이용의도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환 치료 중 통증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인한 고통이 심할 때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올해 90.4%로 전년 대비 2.1%p 증가했으며, ‘질환 치료로 인해 나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고통이 심할 때 이용하겠다’라고 답한 비율은 올해 91.3%로 전년 대비 3.4%p 늘었다. 본인이나 가족의 임종 장소로 호스피스병동을 선호한다는 비율도 각각 55.2%, 55.0%로 전년 대비 6%p, 10.2%p 증가했다.

호스피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전문기관 확충, 국민 인식 개선, 수가 등 다각적인 지원이 뒤받쳐줘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팀장 라정란 수녀는 “우리나라 암환자 다수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만큼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는 것도 병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치료한 곳에서 돌봄까지 받고 싶은 것이 환자 마음이고 자식 마음일 것”이라며 “병상수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기관과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보다 많은 환자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요양병원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전문기관 수나 병상을 무작정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정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유형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특히 현재 모형은 요양병원에 적용하기 어려워 기관 특성에 맞는 모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요양병원형은 기존의 입원형, 자문형, 가정형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유형이 추가되는 것으로, 대상 질환은 암과 COPD, 후천성면역결핍증, 간경화 4가지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올해 중으로 요양병원형 모형이 개발되면 그에 맞는 수가 등을 적용해 이르면 내년에 현장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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