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무공천 원칙 폐기’ 두고 쏟아지는 야권의 비난폭격

민주당 ‘무공천 원칙 폐기’ 두고 쏟아지는 야권의 비난폭격

달라진 정의당, “책임정치, 국민신뢰, 절차적 정당성 모두 내팽개친 기득권의 오만한 행보” 맹비난
국민의힘·국민의당,

기사승인 2020-11-02 17:43:0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헌당규 개정을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등 재·보궐선거 후보공천을 결정하자 이를 성토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 정의당도 지난 4·15 총선이후, 특히 김종철 대표체제로의 전환 후 확실히 ‘범여권’이란 꼬리표를 뗄 모양인지 야당의 날선 모습을 거듭 내보였다.

앞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성추문에 휘말리며 직을 내려놓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뒤를 잇기 위한 보궐선거에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간 권리당원투표를 진행해 얻은 ‘86.64% 찬성’이라는 결과를 과시하며 당헌 개정을 3일까지 마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2015년 문재인 당시 당대표가 추진해 일명 ‘문재인 원칙’이라고 불리는 ‘무공천 원칙’을 한 번도 적용해보지 않고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낙연 대표는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들었고,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후보를 공천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의 다른 모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비난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국민을 향한 진정한 사과도 뉘우침도 없이 스스로 정한 원칙을 뒤집었다는 점이나 스스로의 귀책에 대해서조차 책임지지 않는 태도 등을 주로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2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민주당의 무공천 원칙파기를 향해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라고 반문하는 배경막 문구를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비대위 회의 직후 “민주당은 정직성을 상실했다. 당헌·당규에 정해 놓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당원들 투표만 갖고 뒤집는 게 온당한가”라고 되물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피해 여성들에 대한 3차 가해를 민주당 이름으로 86%나 한 것”이라고 찬성의사를 밝힌 이들을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민주당이 머리만 파묻으면 자기가 안 보일 것으로 생각하는 머리 나쁜 타조처럼 당원 속에 숨었다”고 비유하며 당 지도부 및 공천후보의 대국민 사과와 민주당 귀책에 의해 치러지는 보궐선거인 만큼 선거비용 838억원을 세금이 아닌 민주당이 전액 부담해야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 박성중 의원을 비롯해 전주혜 의원 등 국민의힘 여성의원들도 이번 보궐선거를 민주당의 성비위문제로 인해 발생한 혈세낭비적 보궐선거라고 규정하며 피해자에 대한 2차, 3차 가해적 행태를 그만두고 사죄를 빌어야 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돼왔던 정의당의 비난강도는 더욱 강했다. 보궐선거 후보공천을 위한 당헌개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했다는 지적까지 더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당규 제2호에 따르면 당원 총투표 의결정족수가 1/3 이상 이어야 하는데, 이번 무공천 번복 당원총투표의 투표율은 26.35%였다”고 꼬집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의결하는 절차가 아니라 의지를 묻는 절차라고 합니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알리바이용, 들러리용 당원총투표로 책임정치를 스스로 폐기처분 하더니 이제는 절차적 정당성마저 폐기처분하고 있다”면서 “명분과 절차를 무시한 일방통행식의 정치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민주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이 민주당의 무공천 원칙파기에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사진=연합뉴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여성들이 계속 성폭력 위험 속에 놓여도 정권만 재창출하면 그만이라는 것인가. 민주당의 행태는 미투운동이 만든 성평등한 사회를 앞장서서 가로막는 꼴”이라며 “성비위 앞에 반성하고 성찰하겠다고 말했던 것은 그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이었음이 확인되는 순간이다”라고 힐난했다.

장혜영 원내대변인도은 “정치의 자기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었던 무공천 당헌을 비겁한 방식으로 무력화시켰다.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의 꽃인 당원투표는 원칙을 뒤집고 책임을 분산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스스로 내세웠던 책임정치의 기치를 자기 손으로 내팽개친 셈”이라며 “민주당의 행보는 한 줌의 이익도 놓지 못하겠다는 기득권의 오만함”이라고 혹평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좀 더 직설적인 화법을 사용했다. 그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정치적 손익만을 따져 손바닥 뒤집듯 쉽게 당의 헌법을 바꾸는 것을 당원 투표라는 미명으로 행하는 것이 어디 제 얼굴에만 침을 뱉는 것이겠습니까. 정치에 대한 신뢰, 정당의 책임정치를 기대한 많은 민주시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나아가 “성 비위라는 중대한 범죄에 연루된 단체장의 보궐선거에 또다시 자당 후보를 출마시키는 철면피는 최소한 피해자들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라며 “필요할 땐 혁신의 방편으로 사용했던 약속들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 민주당의 민낯에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질타했다.

한편 민주당은 당헌 96조 2항에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 규정은 유지한 채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공천의 길을 열어두는 방안을 당원들에게 물었다.

따라서 의결이 아닌 의견을 구한 것인 만큼 절차적 하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귀책에 따른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사과의 말을 전할 뿐 선거비용 등의 부담이나 공식적인 피해자 및 대국민 사과 입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민주당을 향한 야권의 책임추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