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4주 내 낙태허용’ 정부에 20대 뿔났다…“낙태는 여성의 당연한 권리”

[기획]‘14주 내 낙태허용’ 정부에 20대 뿔났다…“낙태는 여성의 당연한 권리”

여론조사 결과 낙태 ‘전면폐지’ 택한 20대 비율, ‘현행법 유지’보다 2배 높아
민주당 권인숙 “임신중절수술의 90%는 불법시술…낙태법 사실상 ‘사문화’

기사승인 2020-11-03 05:00:15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사진=김희란 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정부가 낙태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사회 각기 계층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20대 청년층은 정부의 개정안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부터 불거진 논란은 지난달 7일 정부가 형법·모자보건법(낙태죄) 개정안 입법을 예고하며 더욱 심화됐다.

‘낙태’는 태아를 자연분만하기 전에 자궁에서 발육 중인 태아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낙태는 현행 형법이 목적하는 ‘사회윤리규범의 보호(최소한의 도덕)’ 및 ‘법익보호적 기능(객체, 태아의 생명권)’에 위반된다고 판단, 지난 1953년부터 낙태죄를 형법에 규정하고 여성이 낙태 시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 후 지난 1973년 제정된 모자보건법은 이를 개정하고 부모에게 유전적 질환이 있을 시, 강간 또는 준강간에 대한 임신 시 등 예외의 경우에만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했다.

그러나 낙태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정부가 올해 안까지 개정안을 내놓지 않으면 낙태죄가 전면 폐지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낙태죄 전면 폐지 3달을 앞둔 지난 10월에 들어서야 기존 낙태죄는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조건 없는 낙태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또한 기존 강간, 유전적 질환뿐만 아니라 혼인 파탄, 소득 불안정 등 ‘사회경제적’ 사유 역시 24주 내에 예외적으로 낙태가 허용되는 사례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개정안에 20대들은 ‘반기’를 들었다. 쿠키뉴스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지난달 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낙태죄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3.1%p, 신뢰도 95%), ‘현행법 유지’를 택한 20대는 18.6%인 반면 ‘전면 폐지’를 택한 20대는 30.3%로, 약 2배가량 높았다.

20대들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외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이었다. 대학생 정모(24·여)씨는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일”이라며 “출산에는 큰 신체적·사회적 책임이 뒤따르고 이에 따라 삶도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기간 상관없이 원하는 때에 낙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당연한 여성의 권리”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생 박모(23·여)씨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포’보다 이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한 여성의 권리와 그가 겪을 모든 어려움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목소리도 있었다. 직장인 조모(24·여)씨는 “남녀가 성관계를 맺으면 임신에 대한 부담과 불안은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라고 전했다. “여성도 남성과 같이 언제든 자신이 원할 때 자유롭게 성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는데 오직 임신 초기 14주에만 낙태를 허용한다면 결국 여성은 언제나 임신에 대한 불안감에 떨어야 할 것”이라며 “생리불순 등의 이유 때문에 임신 사실을 초기에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14주라는 제한을 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낙태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불법 낙태가 성행한다는 점을 들어 더 이상 해당 법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대학생 박모(24)씨는 “어차피 낙태법이 오래전부터 있었어도 음지에서는 불법 낙태가 만연하다”면서 “산모가 위험을 무릅쓰고 낙태를 하지 않도록 낙태죄를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 대비 합법적 인공임신중절율. 표=권인숙 의원실 제공
실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 법무부,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인공임신중절수술 현황에 따르면 해당 수술의 약 90%가 불법시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기준 전체 임신중절수술 추정규모는 4만9764건인 데 반해 합법적 인공임신중절수술은 고작 4113건에 불과했다. 상당한 수의 불법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권 의원은 “낙태죄 처벌로는 낙태를 줄일 수 없고, 오히려 불법낙태를 강요하는 상황만 이어질 것”이라며 “현행법은 고비용의 안전하지 않은 시술을 증가시키고, 취약계층이나 청소년 등의 원치 않는 출산으로 인한 많은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문화된 낙태죄를 부활시킬 것이 아니라,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모자보건법 상 여성의 재생산건강권 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을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heerank@kukinews.com
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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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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