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꼼수에 전문병원 표방…환자 기만 광고 ‘심각’

간판 꼼수에 전문병원 표방…환자 기만 광고 ‘심각’

전문의인척 간판 표기하며 의료소비자 현혹

기사승인 2020-11-14 06:39:01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전문의 진료인척 간판을 꾸미고 일반병원이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등 의료소비자를 현혹하는 거짓 광고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 의료계는 이러한 불법광고로 인해 환자들이 올바른 의료정보를 얻지 못하고 인증제도 또한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에 따르면,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가 진료하는 의원은 간판에 ‘상호명+전문과목+의원’ 표시를 할 수 있다. 반면 일반의가 운영하는 기관은 상호명과 의원을 동일한 크기로 표기하고, 반드시 2분의1 글자 크기로 ‘진료과목’을 따로 표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피부과의원’이라면 전문의가, ‘○○의원 진료과목 피부과’라면 일반의가 진료하는 곳이다. 참고로 일반의는 의과대학 졸업 후 의사 면허증을 취득한 상태를 말한다. 전문의는 일반의의 자격을 취득한 후 전문과목에 대한 수련 과정을 거쳐야 자격이 부여된다. 

문제는 일반의가 운영하는 일부 의료기관에서 ▲진료과목이라는 글자를 아주 작게 쓰거나 ▲잘 보이지 않도록 글씨 색깔‧크기 등을 배경색과 같게 하거나 ▲해당 글씨만 간판 불을 끄는 등의 꼼수를 부려 전문의 진료 기관인척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피부과학회 제공

실제로 최근 대한피부과학회가 환자 약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문의가 운영하는 피부과의원은 ‘A피부과의원’으로 표기해야 하지만 이와 유사하게 표기한 의료기관들을 전문의 운영 기관으로 오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A의원 진료과목 피부과’를 전문의 진료로 인식한 경우는 53.1%나 됐으며, ‘A의원 레이저클리닉 진료과목 피부과’를 전문의 진료로 인식한 비율도 43.3%였다. 또 ‘A피부비뇨의학과’는 29.5%가, ‘A피부클리닉’은 29.9%, ‘A에스테틱의원’은 12.3%가 전문의 진료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준 대한피부과의사회장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약 81%의 국민은 피부과 전문의 병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환자들은 전문의로부터 정확한 처방과 올바른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생긴 잘못된 인식으로 치료제 복용을 거부하거나 자의로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전문의 과정을 이수하지 않았거나 다른 과 출신인 (피부과) 비전문의는 2만명에서 4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피부과라고 적어놓고 미용시술만 하는 등 피부질환 진료를 보지 않는 일부 의료기관들로 인해 환자들이 불편함을 겪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보톡스나 필러 같은 미용시술을 하다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는 전문의 의원을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간판 앞에 로고 형태로 ‘피부과전문의’를 표기할 수 있게끔 하는 제도가 마련됐지만, 이를 악용해 같은 로고에 ‘여의사전문병원’ 등으로 표기하는 일이 있다”면서 “이는 현행법상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로부터 인증을 받아야만 표기할 수 있는 ‘전문병원’을 표방해 홍보문구를 포털 등에 게재하는 사례도 지속되고 있어 인증기관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전문병원은 병원급 의료기관 중에서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질환 등에 대해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병원으로, 인력 등 까다로운 요건들을 충족한 경우에만 인정된다. 전문병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다. 때문에 미인증 기관이 ‘○○전문병원’으로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것으로 ‘의료법 제56조 제3항(거짓광고)’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전문병원' 표방 의료광고 위반 사례. 보건복지부 제공

하지만 복지부와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지난 2018년 인터넷 매체 5곳에서 적발한 전문병원 표방 불법 의료광고 의료기관은 404곳, 위반행위는 535건이나 된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① 전문병원  지정분야 위반 의료광고가 128건(23.9%), ② 전문병원 비지정분야 위반 의료광고가 407건(76.1%)이었다. ①은 복지부가 지정한 분야의 전문병원이 아님에도, ‘관절전문병원’ ‘보건복지부 지정 척추전문  병원’과 같이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경우로, 진료 분야는 주로 ▲관절, ▲척추, ▲대장항문, ▲산부인과 등이었다. 

②은 복지부가 전문병원으로 지정하지 않은 비지정 분야임에도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로, 진료 분야는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내과 등이 있었다. 이를 테면 코수술 전문병원, 필러 전문병원, 피부성형 전문병원, 임플란트 전문병원, 교정전문병원, 모발이식 전문병원, 레이저 전문병원, 내시경 전문병원, 암검진 전문병원, 당뇨병 전문병원 등이다. 

정성관 대한중소병원협회 아동병원 위원장(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은 “다수의 환자들은 24시간, 365일 운영하면 모두 (전문병원) 인증기관이라고 알고 있다. 또 포털이나 언론홍보도 전문병원 타이틀을 마구잡이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호 대한전문병원협의회 기획위원장도 “전문병원에 대한 사회적 메시가 분명해야 중소병원들도 의료 전달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의료법 상에서는 전문병원이 아닌 기관이 전문병원으로 표기할 수 없지만, 포털에서는 전문병원으로 쓰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불법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광고재단과 모든 불법 의료광고 등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위반광고를 발견하면 관할 지차체에 행정처분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