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시가 약 800억을 들여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보행 친화적 공원으로 재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18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298회 정례회의에서 이석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은 “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어 “광화문은 민족의 얼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진정되면 전문가가 모여 설명회를 다시 하고, 전국민을 상대로 설문도 다시 한 뒤 착공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교통량이 몰릴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 시의원은 “14차선에서 반쪽을 줄여 교통혼잡이 우려된다”며 “또 기존 계획됐던 월대, 율곡로·사직로 연결, 대규모 지하철 역사 연결 등도 모두 빠졌다”고 말했다.
전날 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의 서쪽(세종문화회관 방향) 차로를 쉼터와 나무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광장을 중심으로 동서로 나뉘었던 양방향 통행은 동쪽(주한 미국대사관 방향)으로 몰아 차로를 7~9차선으로 확장하는 게 골자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16일 서울시청에서 가진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사업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서 권한대행은 “지난 4년간 300회가 넘는 긴 과정 끝에 시민들이 새롭게 완성한 ‘시민이 쉬고 걷기 편한 광화문광장’이 첫 삽을 뜬다”면서 “2016년부터 광화문포럼이 운영되고, 2018년 광화문시민위원회로 활동을 이어가는 촘촘한 논의 과정을 통해 광화문광장 청사진의 씨줄과 날줄이 짜여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조성되는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일상 속에 함께하는 광장이다. 시민이 즐기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광장의 기본 기능에 시민이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공원의 요소를 더하고 단절 없이 걸을 수 있는 보행천국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서울시장 잠재 후보들 역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추진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국민이 살기 어려워진 마당에 누굴 위한 공사냐고 반문하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불통행정’이라고 일침했다.
시민단체에서도 고(故) 박원순 시장 사후 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화도시연구소, 문화연대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시가 차기 시장 선거를 5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무리하게 졸속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 관련한 종합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내용은 모두 개별적인 사업으로 도로는 도로 따로, 공원은 공원 따로 진행될 뿐”이라고 짚었다.
공사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소통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이 쟁점별로 제기한 의견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는 “시가 말한 공론화는 허울”이라며 “시가 정보공개 차원에서 정비했다고 하는 광화문광장 홈페이지는 지난 1월 이후 어떤 자료도 게시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들 단체는 감사원 감사 청구와 무효 소송을 제기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조성 사업은 시민과의 소통을 거쳐 확정된 만큼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시의회 시정질문에 참석해 “갑자기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추진해 온 사업”이라며 “당연히 시행해야 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교통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경찰청과 협조해 현재 수준의 통행량이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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