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시국에” 20일까지 서울 급식·돌봄 파업…학부모 ‘씁쓸’

“하필 이 시국에” 20일까지 서울 급식·돌봄 파업…학부모 ‘씁쓸’

기사승인 2020-11-19 16:35:48
▲사진=지난해 7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나서 서울 한 초등학교 학생이 대체 급식으로 나온 빵을 먹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 초중고교 급식·돌봄 관련 종사자가 19~20일 이틀간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이 반복되자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서울학비연대)는 19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서울학비연대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전국여성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서울일반노조 등이 참여한 단체로 돌봄 전담사와 급식조리사·영양사 등 1만1000여 명이 속해 있다.

서울학비연대는 이날 출정식에서 결의문을 통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노조를 만날 때마다 전국 평균은 하겠다고 수없이 이야기 했는데 퇴직연금 제도만큼은 여전히 전국 꼴찌”라면서 “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 9월 일방적으로 미화 당직 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며 일방적으로 이들만 퇴직연금제도를 확정기여형(DC형)으로 정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퇴직연금만큼은 끝장을 볼 것”이라며 “교육청이 단식을 요구하면 단식으로 화답하고 농성이 필요하다면 무기한 농성으로 화답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아울러 “이번 파업에도 교육청의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형)전환에 대한 변함없는 태도가 유지된다면 돌봄파업과 연계한 2차 파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사진=19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들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시교육청에 따르면 총파업 첫날 참가자는 서울 학교 교육공무직원 1만6530명 가운데 626명(3.8%) 수준으로 집계됐다. 일부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는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서 학교에 가거나 빵, 우유로 급식을 해결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편을 겪었다. 일부 학교는 아예 급식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날 “빵, 과일, 시리얼로 채운 급식 메뉴를 보니 씁쓸하다” “피자로 대체한다고 학교에서 공문이 왔다” “우리 아이 학교는 아예 급식이 없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볼모로 이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등 부정적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학비연대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퇴직연금 제도 전환을 둘러싸고 지금껏 시교육청과 협상해 왔지만, 논의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자 파업을 단행하기로 했다. 서울학비연대는 조합원들이 가입한 DC형 퇴직연금을 모두 DB형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해왔다. DB형은 DC형에 비해 안정적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DB형을 선호한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학비연대 측에 DB형 50%, DC형 50%의 ‘혼합형’ 방안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무산됐다. 시교육청은 조합원 전원을 전환할 경우 향후 20년간 8000~9000억원 상당이 소요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굳이 파업을 강행해야 했냐는 비판 여론은 만만치 않다. 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6일 “교육공무직의 연금DB형 전환을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을 볼모로 파업하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시교육청은 절충안을 마련했다”면서 “하나를 들어주니 열을 바란다. 9000억원은 소꿉 장난하는 돈이 아니다. 교육청에서 사용하는 세금은 가장 먼저 학생을 위해 가장 많이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글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9007명이 동의했다.

매년 반복되는 돌봄, 급식대란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을 개정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조합법상 학교가 필수공익사업장이 되면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인력을 두게 되고,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어 파업대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총은 “반복되는 파업으로 학교는 교육이 아닌 노동투쟁의 동네북으로 전락했다”면서 “무기력한 대응으로 학비연대 파업을 초래한 정부, 교육당국은 철저히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회는 학교 내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즉시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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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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