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4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원회가 10일로 연기됐다. 윤 총장의 징계위 추진과정의 문제를 제기해도 움직이지 않던 법무부가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거듭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가 있고서야 물러선 모양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여론달래기’라고 평했다.
앞서 법무부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청구한 윤 총장의 징계여부를 결정할 징계위원회를 예정대로 4일 개최할 계획이었다. 윤 총장이 이에 반발하며 2일 기일 연기신청을 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충분한 방어권 확보를 위해 윤 총장 측이 요구한 징계기록 열람 및 등사, 징계 청구 결제문서 및 징계위원회 명단 등에 대한 정보공개도 청구했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이와 관련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위법하게 일정을 잡으며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징계위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라는 주문을 연일 내린 것. 그제서야 법무부가 한 발 물러섰다. 법무부는 3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 심의와 관련해 절차적 권리와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기일 재지정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위원들의 일정을 반영해 오는 10일로 심의기일을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향후 징계위에서 충실한 심의를 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기된 기일지정의 위법성이나 징계위 준비과정에서의 논란에 대해서는 별도로 해명하지 않았다. 사실상 아량을 베풀어 원하는 바를 모두 들어주고 방비할 충분한 시간도 제공하겠다는 식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법무부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도대체 어디를 봐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소집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담보냐”고 반문하며 “문 대통령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언급은 언어도단”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미 행정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 결정을 통해 추 장관이 추진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수사의뢰가 모두 부적정 했음이 증명된 데다, 징계위원회 구성자체가 추 장관의 지명으로 이뤄져 ‘기울어진 운동장’을 형성하고 있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임 법무부 차관을 징계위원장으로 세우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공정성의 발로라며 근엄한 표정으로 생색을 내고 있지만, 속내는 징계위의 결정이 내려진 후 불거질 공정성 논란을 미리 제거하려는 치밀한 계략이자 자기방어논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정치평론가 등 전문가들도 고개를 저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윤 총장을 향한 추 장관의 조치가 법무부와 법원에 의해 부정되며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정권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상황이 형성됨에 따라 ‘민심달래기용’ 전략에 가깝다는 평가다.
한 평론가는 “그동안 침묵하고 묵인해온 상황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더구나 추-윤 갈등의 양상도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떠나 자존심 대결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며 중도층과 진보층의 이탈을 야기하고 있다”며 “일련의 상황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라고 법무부의 결정을 풀이했다.
이어 “그렇다고 윤 총장을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예견했다. 그는 “청와대는 예단을 경계했지만 윤 총장이 계속해서 검찰총장을 맡을 경우 울산사건이나 월성1호기 원전사건 등 게이트급 사건의 불씨가 이어지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이걸 그냥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손에서 검을 놓도록 결과를 내놓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같은 맥락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9일 정기국회가 끝나는 날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과 검찰개혁 관련 입법을 강행해서라도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피력하며 야권과 윤 총장을 동시에 압박했다. 윤 총장 퇴직 후 야권으로의 정치입문시 공수처가 윤 총장을 겨냥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이에 윤 총장이 징계위 전후로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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