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잃은 건 자유고, 얻은 건 시간이다. 지난 2월 문체부가 발표한 ‘2019 국민여가활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보낸 평균 여가시간은 평일 3.5시간, 주말 5.4시간. 코로나19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이번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집에서 보내는 여가시간이 더 늘어나게 됐다. 영화 ‘부산행’, ‘#살아있다’, 넷플릭스 ‘킹덤’ 등 국내 작품은 물론, 영화 ‘월드워Z’, ‘레지던트 이블’, ‘좀비랜드’, 드라마 ‘워킹데드’ 등을 섭렵한 당신이라면, 미처 챙겨보지 못한 좀비물로 3주의 시간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평일 4시간, 주말 8시간의 여가시간을 가정하고, 일주일동안 좀비물만 보면 어떤 시간표를 짤 수 있을지 정리해봤다.
1. 영화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 티빙
좀비 여정의 시작은 달콤하게, 그리고 쉽게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2015년 개봉한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Scouts Guide to the Zombie Apocalypse)’는 코미디와 스릴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흔히 말하는 ‘병맛’ 감성의 미국 영화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크리스토퍼 랜던 감독의 후속작인 영화 ‘해피 데스데이’ 시리즈나, B급 코미디 좀비 영화인 ‘좀비랜드’ 시리즈를 떠올려도 좋을 것. 좀비의 습격으로 황폐화된 동네에서 어렸을 때부터 함께해온 베스트 프렌드이자 함께 소년단 활동을 하고 있는 세 친구들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내용이다. 금요일 퇴근 직후 에피타이저 느낌으로 맛보기에 적당한 좀비 영화. 1시간33분. 청소년 관람불가.
2. 드라마 ‘리얼리티 Z’ – 넷플릭스
이제부터 좀비물 여정의 본격적인 출발이다. 지난 6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리얼리티 Z(Reality Z)’는 2007년 영국 E4에서 제작한 ‘데드 셋(Dead Set)’을 리메이크한 브라질 드라마다. 5부작인 ‘데드 셋’은 충격적인 결말로 좀비 마니아들에겐 이미 알려진 드라마. 참가자들의 24시간을 관찰하는 리얼리티 쇼 ‘올림포스, 신들의 궁전’이 진행되던 중, 리우데자에이루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자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좀비들과 직접 맞서 싸우는 것보다 방송국 세트장을 배경으로 좀비들을 피해 살아남는 인간들의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 약 30분 분량의 에피소드 10편으로 구성된 시리즈이니 연속해서 보면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5시간을 보낼 수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3. 영화 ‘리틀 몬스터’ – 왓챠, 티빙, 웨이브
잠시 가볍게 쉬어갈 타이밍이다. 2019년 개봉한 영화 ‘리틀 몬스터(Little Monsters)’(감독 아베 포사이스)는 얼핏 좀비물처럼 보이지만 경쾌한 코미디 성장 영화에 가깝다. 유치원 선생님 캐롤라인(루피타 뇽)에게 반한 뮤지션 데이비드(알렉산더 잉글랜드)가 현장 학습을 떠난 아이들에게 좀비들이 습격해오자 탈출 계획을 세우는 내용. 영화 ‘노예 12년’, ‘블랙 팬서’, ‘어스’로 알려진 배우 루피타 뇽의 존재감에 주목할 만하다. 1시간34분 분량으로 토요일 오전에 보면서 긴장을 풀고 즐거운 점심 식사를 이어가기 좋은 영화. 15세 관람가.
4. 드라마 ‘아이 좀비’ 시즌1 – 왓챠, 넷플릭스
공포의 상징인 전통적인 좀비에서 벗어나보는 건 어떨까. 미국 The CW에서 제작해 지난해 시즌5까지 방송된 ‘아이 좀비(iZombie)’는 동명 만화 시리즈를 원작으로 좀비가 된 의과 레지던트 리브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우연히 좀비가 된 걸 감추며 살아가던 리브가 영안실에서 시체들의 뇌를 먹으며 살아가던 중 자신에게 범죄를 해결하는 능력이 생겼음을 깨닫는 이야기. 지난 10월 종영한 KBS2 ‘좀비탐정’의 설정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2015년 방송된 시즌1은 약 40분 분량의 에피소드 13회차로 구성돼 있다. 토요일 오후부터 다음날까지 약 9시간을 몰아보면, 어느 새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청소년 관람불가.
5. 영화 ‘데드 돈 다이’ - 넷플릭스, 티빙
좀비 영화의 새로운 변주를 확인할 시간이다. 지난해 제72회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데드 돈 다이(The Dead Don't Die)’(감독 짐 자무쉬)는 분명 동네를 누비며 사람을 공격하는 좀비들이 등장하지만, 감독 특유의 나른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작품이다. 지구의 자전축이 어긋나자 무덤에서 시체들이 깨어나고 이들로부터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이야기. 배우 빌 머레이, 아담 드라이버, 틸다 스윈튼, 스티브 부세미, 대니 글로버, 셀레나 고메즈 등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답게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배우진을 자랑한다. 1시간44분의 분량으로 영화의 배경처럼 어두운 어두운 일요일 저녁에 감상하기 적절하다. 15세 관람가.
6. 드라마 ‘Z 네이션’ – 넷플릭스
일요일을 그대로 보내기 아쉽다면, 새로운 드라마의 맛만 보는 건 어떨까. 미국 Syfy에서 제작해 2018년 시즌5까지 공개된 ‘Z 네이션(Z Nation)’은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은 지 3년이 지난 시점을 그린 좀비 드라마다.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겠다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감염 생존자를 보호하면서, 뉴욕에서 캘리포니아까지 3000마일에 이르는 죽음과 공포의 여정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다. 주인공들이 살아남는 과정을 그리는 액션 위주의 전형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재 드라마지만, 의외의 전개를 보여주는 B급 장르물이라는 평이다. 2014년 방송된 시즌1은 약 40분 분량의 에피소드 13회로 구성돼 있다. 일요일 밤에 시작해 평일에 틈틈이 몰아보면 화요일쯤 9시간에 걸친 이야기의 결말을 맛볼 수 있을 것. 청소년 관람불가.
7. 영화 ‘래버너스’ – 넷플릭스
남은 두 편의 작품을 위해 다시 쉬어가는 좀비 영화가 찾아왔다. 2017년 개봉한 캐나다 영화 ‘래버너스(Les affamés)’(감독 로뱅 오베르)는 북퀘벡의 조용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좀비의 습격을 피해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금까지 소개한 영화들 중 가장 예술영화에 가까운 작품으로, 그만큼 평이 크게 갈리니 주의할 것.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50회 시체스영화제 등 다수의 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됐고,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선 캐나다 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좀비 주간의 마무리를 시작하는 느낌으로 1시간44분의 러닝타임을 평온하게 즐겨보면 어떨까. 청소년 관람불가.
8. 드라마 ‘블랙 썸머’ – 넷플릭스
마지막으로 소개할 드라마는 빠르게 몰아보기에 최적화된 작품이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 썸머(Black Summer)’는 좀비 바이러스로 인류의 95%가 사망한 대재항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기 위해 서로 힘을 모아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내용. ‘Z 네이션’의 프리퀄 시리즈로 기획된 만큼 비슷한 세계관과 스타일을 보여주는 최근 보기 드문 정통 좀비물이다. 20~40분의 짤막한 에피소드 8편으로 구성돼 있어 부담 없이 이어보기 좋다. 청소년 관람불가.
9. 영화 ‘더 큐어드’ – 왓챠, 티빙
일주일 동안의 좀비 대장정을 마무리짓는 마지막 좀비 영화. 2017년 개봉한 아일랜드·프랑스 영화 ‘더 큐어드(The Cured)’(감독 데이빗 프레인)은 좀비 바이러스가 사라진 이후의 세계를 그린다. 치료를 마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온 사람들이 겪는 차별과 공포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바이러스가 사라진다고 해서 모든 게 이전처럼 돌아가진 않는다는 메시지는 지난 며칠 동안 감상한 수많은 좀비물을 되돌아보게 하지 않을까. 최근 트랜스젠더임을 알리고 이름을 ‘엘렌’에서 ‘엘리엇’으로 바꾼 배우 엘리엇 페이지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1시간35분의 러닝타임으로 좀비와 함께한 일주일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좋은 영화. 청소년 관람불가.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