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송금종 한전진 한성주 김희란 기자 = 지나온 1년을 돌아볼 때 흔히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을 쓴다. 올해는 역대 최다 투표율을 기록한 ‘21대 총선’ 음란물 제작, 유포로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조주빈 일당과 ‘N번방 사건’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감염 공포까지 굵직한 뉴스들로 가득하다.
대학생들이 꼽은 가장 인상적인 뉴스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쿠키뉴스는 서울 소재 9개 학보사 기자 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키워드는 4개 분야(정치경제·사회·대중문화·국제)로 구분했다.
“처음 보는 복지, 기본소득 이뤄질 수도”
응답자들은 정치·경제뉴스 첫 번째 키워드로 ‘재난지원금(62.5%)’을 꼽았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국민 생활안정과 경제회복 지원을 목적으로 정부가 국민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주로 인터넷과 스마트폰(76.9%)으로 뉴스를 접한 이들은 이전에 없던 ‘현금성 복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박희연 한성대신문사 편집장은 “처음 보는 복지라고 생각했다. 전 국민에게 소득 구분 없이 같은 돈을 줬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 복지가 자리 잡으면 기본소득이라는 게 이뤄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다은 숙대신보 기자는 “돈을 얼마나 주고 어디에 쓸 수 있을까하는 기대가 반, 국가재정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하는 걱정이 반 이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 키워드는 4월 치러진 ‘21대 총선(46.8%)’이었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 시국에도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의석 180석을 차지, ‘슈퍼여당’으로 주목받았다. 응답자들은 유권자로서 투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김민주 외대학보 기자는 “투표에 참여할 수 있어서 관심을 가졌다”며 “지역 별 정치색깔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고 정당이 펼치는 정책과 자질이 중요하지 않은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답했다.
장세원 서울여대학보 편집장은 “이번 총선이 첫 투표여서 뉴스를 접할 때부터 신기한 감정이 들었다. 코로나 상황 속에 선거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궁금했다”고 회상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검언유착(21.8%)’이었다. 검언유착은 ‘검찰과 언론 간 유착’을 줄인 말로 종합편성채널 소속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행위가 발단이 됐다.
박민진 연세춘추 기자는 “검언유착과 같은 기사는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고 진로 방향도 언론 쪽이었기에 집중해서 봤다. 가장 진실성이 있어야 할 집단들이 대중들의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고 내가 만약 타 기성언론 기자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기사로 다뤄야할지 고민해봤던 것 같다”고 밝혔다.
코로나를 피하려는 외국인 주식매도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 매수에 가담한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18.7%)’도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실제 주식 하락세가 이어지자 대학생 등 주식에 입문한 젊은 세대가 늘었다. 응답자들은 이밖에 ‘부동산임대차보호법(3.12%)’ ‘부동산정책(3.12%)’ ‘사모펀드(3.12%)’를 기억에 남는 키워드로 꼽았다.
“코로나19보다 더 충격적인 N번방”
학보 기자들은 올해 사회 부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로 ‘N번방 사건’(75%)을 선정했다.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이른바 ‘N번방’의 존재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대학생 취재팀인 ‘추적단 불꽃’의 첫 보도를 시작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응답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참담함과 답답함을 느꼈다며 당시를 기억했다. 소속을 밝히지 않은 나해빈 기자는 “두려움 분노, 역겨움, 치욕스러움. 말로 표현 못할 감정이 들었다”면서 “조주빈 등 가해자들의 얼굴이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첫 보도를 접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성폭력‧성착취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재은 한국체대신문 기자는 “당시 대학동기, 선후배, 친구들과 N번방 사건에 분노하며 SNS 캠페인을 이어나갔고 청원을 독려해왔다”면서 “디지털 성폭력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없는지 가해자의 처벌 수위는 왜 낮은 것인지 계속 의문이 든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2위에는 ‘코로나19’(65.6%)가 올랐다. 바이러스의 갑작스런 역습에 MT·여행·동아리 등 기존 대학생들의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코로나19를 올해 가장 큰 사건으로 꼽은 이들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이현진 연세춘추 기자는 “국내서도 빠르게 퍼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면서 “초창기 확진자 4명도 엄청난 숫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밖에 나와있는 순간에도 감염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씁쓸해했다.
낙태죄 25% (3위), 등록금 반환 21.8% (4위), 택배 과로사 15.6% (5위) 등을 주요 이슈로 꼽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박재현 중대신문 기자는 “원래 여성인권에 관심이 많았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낙태죄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보게 됐다”고 적었다.
염정인 국민대신문 기자는 “택배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긴 했지만 팟캐스트 등을 통해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라고 되돌아봤다.
‘SNS 뒷광고’에 배신…기생충 4관왕에 ‘국뽕’
대중문화 영역에서 가장 큰 화두는 ‘SNS 뒷광고’였다. 전체 응답자의 43.7%인 14명이 SNS 뒷광고를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 키워드로 꼽았다. 응답자 대부분은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뒷광고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이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태를 파악하고 인기 있는 SNS 인플루언서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김연수 외대학보 기자는 “설마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도 뒷광고를 해왔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자를 모았다. ‘기생충 4관왕’이 응답자 10명(31.2%)의 선택을 받았다. 이들은 트위터·유튜브 등 플랫폼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를 시청했다.
김선우 한성대신문사 기자는 “우리나라의 작품이 해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게 느껴졌다”며 “주변 친구들 모두 이른바 ‘국뽕’에 차올랐다”고 회상했다.
유명인의 안타까운 소식도 응답자들의 뇌리에 남았다. 9명(28.1%)의 응답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로 ‘자살’을 선택했다. 이들은 유명한 연예인들의 자살을 보도하는 뉴스를 접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예은 국민대신문 편집장은 “악플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한 연예인들을 대하는 언론과 대중의 태도가 이전과 다르지 않아서 분노했다”며 “추모하고 후회하고 위로하는 반응조차 위선적으로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가요계 소식들도 눈길을 끌었다. 응답자 8명(25%)이 가운데 ‘트로트’를 기억에 남는 키워드로 선택했다. 응답자들은 TV조선의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을 보며 트로트 열풍을 실감했다.
박희연 한성대신문 편집장은 “병원에 잠시 입원한 적이 있는데 하루 종일 트로트가 나왔다”며 “트로트가 환자들의 적적함을 덜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긍정했다.
이어 6명(18.7%)의 응답자는 ‘BTS 빌보드 1위’를 꼽았다. K-POP이 일련의 음악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박민진 연세춘추 기자는 “K-POP에 대한 서구권의 생각이 궁금해졌다”며 “친구들과 일본·중국 가요는 왜 전 세계를 아우르지 못했는지, 그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봤다”고 말했다.
트럼프 누르고 바이든 당선…‘미국 대선’ 핫이슈
국제 부문에서 가장 ‘핫’했던 뉴스는 21명이 선택해 63.6%라는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 ‘미국 대선’이었다.
이현진 연세춘추 기자는 “두 후보의 치열한 접전을 뉴스를 통해 지켜볼 때 그야말로 조마조마했다”면서 “미국의 정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그만큼 신경 쓸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같은 학보 소속인 박민진 기자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다가 지루해서 미 대선을 봤다”면서 “당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미용사분께서 ‘누가 됐냐’며 30초에 한 번꼴로 물어보셨다”며 재미있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응답자 중 다수가 미 대선이 진행될 당시 친구들과 ‘누가 당선될 것 같으냐’ ‘한국의 이익을 생각하면 누가 더 나을까’ 등의 대화를 나누며 관심있게 지켜봤다고 전했다.
미국 대선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한 뉴스는 10명이 답한 ‘홍콩 민주화 운동(33.3%)’이었다. 해당 뉴스를 꼽은 대다수는 한국이 예전에 겪었던 민주화 역사와 비슷하다고 느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박희연 한성대신문사 편집장은 “학교에 가던 중 아침에 포털사이트 인기 카페 게시글에서 관련 내용을 접했다. 상황이 심각해 보여 따로 뉴스를 찾아봤다”면서 “과거 한국 역사와 비슷하기도 하고 민주화를 위한 운동이기 때문에 응원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경찰의 잔인함이 충격적이었다’ ‘홍콩 여행은 가지 말아야겠다’ 등의 답변들이 있었다.
세 번째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일명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학생들은 해당 사건이 ‘BLM’ 해시태그로 SNS를 통해 활발하게 공유됐기 때문에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사건의 잔인함에 경악했다.
나해빈 기자는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내리찍는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면서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신음하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당시 받은 충격을 드러냈다.
김민주 외대학보 기자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 아직까지 인종차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면서 “미국의 경찰 권력과 흑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사건이라 시위 세력의 응집이 가능했다고 생각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까지 미국에서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부각되지 않는 현실이 떠올라 개선 필요성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학생들이 꼽은 기억에 남는 뉴스로는 ‘프랑스 참수테러’ ‘미·중 무역갈등’ 등이 있었다. 두 사건 모두 3명이 선택해 9.1%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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