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시작부터 어긋난 21대 국회의 첫해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남은 것은 ’불협화음‘ 뿐이었다.
21대 국회는 시작 전부터 상임위 배분 문제를 놓고 파행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져왔다. 결국 박병석 국회의장은 야당의 ‘보이콧 전략’에 상임위 강제 배정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상임위 강제 배분은 1994년 국회법(48호 1항)에 관련 조항이 생긴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석도 ‘18대0’으로 민주당이 독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특정 정당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간 것은 32년 만이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의석수 비율에 따라 여야는 관례적으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 가져왔다.
7월 말과 8월 초에는 이른바 ‘임대차 3법’과 ‘부동산 3법’ 등 부동산 관련 법을 둘러싼 대립이 이어졌다. 180석이라는 거여에 야당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야당의 반발에도 여당은 과반 의석으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법안소위를 뛰어넘고 법안 숙려기간도 지켜지지 않는 등 ‘입법 독재’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국이 끝난 후에는 국회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으로 뒤덮였다. 야당은 윤 총장 엄호를 위한 ‘추 장관 때리기’를, 여당은 추 장관 비호를 위한 ‘윤 총장 때리기’에 각각 나섰다.
‘야당의 시간’이라고 불리는 국정감사도 ‘추·윤 대리인전’이 됐다.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으로 시작해 윤 총장의 작심 발언으로 끝났다. 미국 대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사건 등 산적한 현안이 많았지만, 정책적 대안이 부재한 ‘맹탕 국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감이 종료된 뒤 입법의 시간이 시작됐다. 입법 정국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단연 화두였다. 민주당은 국감 종료일을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시한으로 못을 박으며 공수처법 개정 압박에 나섰다. 야당은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했지만, 여당 측 추천위원에 반대표를 던지며 ‘지연전략’에 들어갔다.
결국 여당은 야당의 비토권(거부권) 무력화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개정에 돌입했고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필리버스터는 임시국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여당은 표결로 공수처법 등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했다. 이번에도 야당은 여당의 법안 처리를 막지 못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거대양당은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멍들어갔다. 민주당은 ‘입법독주’, ‘추윤갈등’, ‘부동산 사태’ 등으로 탄핵 정국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 1위 자리를 국민의힘에게 내줬다(리얼미터 8월 2주차 주중집계, 민주당 33.4% vs 국민의힘 36.5%). 국민의힘은 지지율을 회복했으나, ‘무능한 야당’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민주당은 그나마 문 정부의 주요 과제인 ‘검찰개혁’이라도 있지만, 국민의힘은 결정적 한방이 없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극한의 대립 속에서 극히 드문 협치도 있긴 했다. 4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6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킨 예산안 의결 시한이 그 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속 여야가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평가다. 평론가들에게 ‘올해 국회 속에서 어떤 협치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어떤 일이 있었죠? 갈등밖에 없었는데”라는 답변이 돌아오기도 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추경이나 예산안 처리는 코로나 시국 속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협치라는 정신이 반영돼 성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정국이 만들어낸 불가피함”이라며 “여당은 더 지체할 수 없고 야당도 더 반대할 수 없는 상황 속 이뤄진 결과가 협치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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