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 미안해. 입양문제가 본질이 아니다… 아동학대가 본질”

“정인아, 미안해. 입양문제가 본질이 아니다… 아동학대가 본질”

기사승인 2021-01-06 11:28:24
지난 5일 경기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안치된 故 정인 양의 묘지에 추모객들이 놓은 정인 양의 선물과 추모 메세지가 적혀 있다. 故 정인 양은 생후 16개월째인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폭력과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김미애 의원은 몇 달 전부터 아동학대 근절을 주장하셨고 방송이 나오기 훨씬 전에 아이의 묘소를 찾아 통곡을 하셨습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김미애 의원의 페북 글을 소개했다.

김 의원은 “무능하고 비열한 권력은 마녀사냥을 합니다. 원인은 폭력이지 입양이 아닙니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정인이 사건을 볼 때 누가 가장 가슴 아플까요? 아마 입양가족일 것입니다. 저는 다른 입양가족의 아이도 항상 내 아이 같은 마음이었고, 정인이 역시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문대통령은 본질을 왜곡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아동학대지, 입양이 아닙니다”라며 “부디 따뜻한 가슴으로 진심으로 사건을 보시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다음 입양가족들의 호소문이 제 마음입니다라며 전문을 소개했다.

<전국입양가족연대>

입양은 죄가 없다. 문제는 아동학대다!

비극적인 정인이의 죽음에 우리 입양부모들은 깊은 통절함과 애통함이 더합니다.

정인이가 병원에 실려와 사망한 날이 10월 13일입니다. 그날 이후 입양가족들은 조용히 정인이를 추모하고 있었습니다. 정인이가 입양된 아동이고 가해자는 입양부모였기 때문에, 그저 같은 입양부모이고 입양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죄인이 되어야 했습니다. 평소 연락이 없던 지인들도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와 입양된 우리 아이들의 안부를 조심스레 묻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서 정인이를 죽게 한 가해자의 잔인성이 폭로된 이후 입양가족들에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1월 4일 저녁 온라인 뉴스에 청와대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입양의 사후관리뿐 아니라 입양절차 전반에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말하자면 죽은 정인이에 대한 원인과 책임에 ‘입양절차 전반’도 문제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내심 초조해하면서 우려했던 일이 대통령님의 말씀 한마디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미 정인이의 죽음은 입양 전 과정이 아니라 입양 후 관리 중 학대 예방에 대한 공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게 밝혀진 후입니다. 그에 대한 후속대책도 주무부처로부터 지난 12월 초에 발표까지 되었습니다. 그 대책 어디에도 입양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은 없었습니다.

사실 죽은 정인이는 한 명이 아닙니다. 2018년과 2019년 동안 가정 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70명입니다. 모든 피학대 아동의 죽음은 다 비극이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우리가 동의한다면, 죽은 70명의 아이들 모두 죽은 정인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아이들 중 40명은 친생부모에게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또한 한부모 가정에서 2명은 생부, 10명은 생모로부터, 미혼부모 가정에서는 8명의 정인이가 죽었습니다. 5명의 정인이는 동거부부의 손에, 2명은 재혼 가정 안에서 죽고, 입양가정 안에서는 1명의 정인이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입양가정은 죄가 적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70명의 정인이가 죽어가는 지난 2년 동안 지금처럼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적이 없습니다. 췌장이 끊어질 만큼 학대받은 정인이가 있었다면 여행용 가방 안에서 구겨진 채 밟혀 숨진 정인이도 있었습니다. 누가 더 비극적인 죽음을 당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더 이상의 정인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살아있는 정인이를 위해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대통령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던 이번 사건에 입양은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문제는 아동학대입니다. 죽은 70명이나 되는 정인이의 삶과 죽음을 모두 보아야 합니다. 거기에 살아있는 정인이를 계속 살아있게 할 수 있는 대책이 있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받고 있는 단 하나의 사건 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는 것처럼 대처해서는 결코 살아있는 정인이를 지켜내지 못합니다. 공분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은 진정한 대책일 수 없습니다. 입양에 죄를 묻는다고 정인이가 살아오지 못합니다. 입양은 죄가 없습니다. 문제는 아동학대입니다.
아직 우리는 충분히 분노하고 슬퍼할 때입니다.

2021년 1월 5일

입양가족 당사자 단체 및 자조모임
전국입양가족연대, 강원입양한사랑회, 춘천한사랑회, 입양가족자조모임-한사랑회, 건강한입양가족모임(네이버카페), 입양가족자조모임-미쁜울, 입양가족공동체-아우르미, 한국입양선교회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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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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