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찍어봤자”…소상공인은 코로나 금융부실 딜레마 [기획]

“코스피 3000 찍어봤자”…소상공인은 코로나 금융부실 딜레마 [기획]

기사승인 2021-01-08 06:00:03
▲ 강남구 역삼동 주변 먹자골목 거리 (사진=유수환 기자)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 # 강남구 역삼동에서 요식업(브런치 카페)를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강남구 일대에서 카페를 한지 5년이 넘었지만 지금처럼 힘든 상황은 처음이다. 과거에는 카페 주변에 있는 스타트업 직원들이 꾸준히 방문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발길이 끊어진 상태다. 주변 식당들은 배달까지 겸업하고 있지만 커피숍이나 브런치 카페는 쉽지 않은 상황. A씨는 “정부가 중소상공인에 대해 코로나19 지원금을 제공한다지만 사실 임대료밖에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토로했다. 이달 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지만 언제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 같은 지역(강남구 역삼동)에서 커피숍과 술집을 운영하는 B씨와 C씨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거리두기 2.5단계로 상향된 이후 매출에 절반 이상 타격을 받은 상태다. 커피숍을 운영하는 B씨는 영업시간을 오후4시까지 하고 주말은 아예 문을 닫았다. C씨의 경우 2년 전 대출을 받아 오뎅집을 창업한 뒤 사업을 이어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겨우 버티고 있다. 코로나 이전까지 새벽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순탄하게 사업을 이어갔으나 코로나가 모든 계획을 망쳐놓은 것이다.  

▲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을 자체 제한한 한 카페 (사진=유수환 기자)


이른바 ‘개미동학운동’이라는 개인투자자의 자금 유입으로 코스피가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7년 7월25일 2000을 돌파한 후 13년 5개월 만의 기록이다. 

하지만 뜨겁게 달아오르는 증시와 별개로 코로나19 재확산 충격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영업에 큰 차질이 생기면서 매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여론조사업체 비욘드리서치(지난해 10월 19일~11월 5일 기준)에 의뢰해 소상공인 101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8%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평균 매출 감소 비율은 37.4%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폐업을 고민하거나 폐업 예정이라는 사업체도 31.7%에 달한다. 

▲ 코로나19 충격으로 소상공인 매출 감소 비율 (그래픽=이미애 디자이너)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이자상환 유예금액은 지난해 11월 기준 9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말 740억원, 10월 말 903억원 보다 증가한 수치다. 평균 적용 금리를 연 2.5%로 가정하더라도 원금 3조8000억원이 제때 상환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상황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1~10일 중소기업 5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실태 조사'에서 자금 사정이 악화되었다는 의견이 46.3%에 달했다. 특히 ‘대출한도 부족’으로 응답한 비율은 전년 보다 9.5%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이미애 디자이너


이는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고 코로나19 충격이 지속될 경우 자영업자에 대한 부실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징조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유예가 이뤄진다면 상환불능 가구(자영업자) 비율이 1.2%에 그치지만  상환유예가 없을 경우 올해 3월부터 (대출) 상환 불능 가구는 1.9%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소기업도 현재 절반 이상(49.7%→52.8%, 2020년 기준)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부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이미애 디자이너


하지만 유동성 강화 정책이 지속될 경우 잠재적 위험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책 당국과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과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잠재돼 있던 리스크가 올해는 본격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도 “이자상환 유예는 일시적으로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으나 자칫 대출 부담이 눈덩이처럼 쌓이게 될 수 있다”며 “은행에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은행업계도 이자 상환 유예 가능성을 두고 고심하고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상환 유예를 연장한다면 분명 후일 더 큰 리스크를 부담할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현재 실물경제(자영업자·중소기업)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환 유예를 끝내버리면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부담도 커지고 이는 은행의 건전성 훼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원금과 이자 상환 기간을 늘리는 방식의 연착륙 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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