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 노년세대와 함께 노인일자리는 진화중

[기고] 신 노년세대와 함께 노인일자리는 진화중

“노인일자리 사회적으로도 의료비 절감과 우울감 개선… 의미있는 역할”

기사승인 2021-01-11 10:39:41
글 ·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코로나19로 인한 거듭된 고비 속에서 2021년이 시작되었다. 작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맏이인 1955년생이 노인층으로 진입했다. 전쟁 직후의 척박한 나라에서 태어난 이들이 GDP 세계 10위이자 팬데믹 방역의 모범으로 손꼽히는 나라에서 본격 노년기로 접어드는 것이다. 현대사의 성장과 역동을 고스란히 겪으며 나이 든 이 세대는 여전히 젊다. 

<100세 인생>의 공동저자인 린다 그래턴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60대 이상이 일을 하면 그 소득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결과적으로 산업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4년, 노년기 소득 지원과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해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도입했다. 지난 2020년의 74만개에 달하는 노인일자리는 기초연금과 함께 노년기 소득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는 올해 노인일자리를 80만개로 확대하기 위해 일자리와 참여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 우선 더 많은 이가 노인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청 기준을 완화했다.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교육·주거급여 수급자도 조건에 따라 노인일자리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또 온라인 창구를 신설해 ‘노인일자리 여기’ 사이트에 접속하면 지역 내 노인일자리 수행기관과 일자리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으며, ‘복지로’ 사이트에서도 참여 신청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일자리 개수만 늘리는 것은 아니다. 단순노동·저임금이라는 일부 부정적 시선과는 달리 노인일자리는 여느 세대의 직업군 못지않게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바리스타나 소방안전관리사처럼 전문 자격증이 필요한 일도 있고, 수십 년 쌓아온 전직의 노하우를 살린 새로운 일도 있다. 청소년에게 항공안전 및 직업교육을 하는 전직 파일럿, IT회사에서 정년퇴직한 후 스마트폰을 활용해 치매예방 인지교육을 하는 스마트 매니저, 동년배에게 은행의 자동화기기와 앱 사용법을 알려주는 은행 로비 매니저 등이다. 바리스타 로봇과 함께 카페에서 일하거나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식당을 소문난 맛집으로 키워나가는 이들도 있다. 한편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전기차 충전소에서 일하며 지역사회의 공백을 채우는 것도 노인일자리이다.

사회와 지역의 수요, 그리고 교육 수준과 경제적 자립도가 높은 새로운 노년 세대의 특성에 따라 노인일자리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처럼 노인일자리는 노년기 소득 지원 이상의 역할을 하며, 60대 이상도 당당한 경제 주체이자 사회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건강한 시민으로 기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정부는 노인일자리가 질적인 측면에서 더욱 탄탄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유형의 일자리를 발굴하고 참여자의 역량과 안전 교육 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일을 하면서 더 건강해졌다는 것, 그리고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 ‘2019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이 전에 하던 일을 그만둔 이유로는 건강 문제가 압도적이다. 직장에 다녔던 경우, 정년퇴직의 두 배 이상이었다. 그랬던 이들이 건강해졌다고 느낀다는 것은 노인일자리가 사회적으로도 의료비 절감과 우울감 개선 등의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방증이다. 

잘 만든 노인 일자리는 노년 세대를 당당한 경제 주체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건강한 시민으로 존재하게 한다. 노인일자리가 더 다양해지고 많아져야 하는 이유이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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