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과열된 유동성에 따른 버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알기쉬운 경제’에서는 코로나9 시대로 인해 괴리가 커져버린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에 대한 의견을 알아보고 버블 형성에 대표적인 사례였던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에 대해 짚어보고자 합니다.
과잉 유동성에 대한 우려 vs 저평가 증시 제자리 찾아
얼마 전 세계적인 투자자 제레미 그랜덤은 “글로벌 신용은 그 어느 때 보다 더 확장되고 복잡해져서 증가된 위험이 어디에서 끝났는지 아무도 확신 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제레미 그랜덤은 이미 일본 부동산 버블, IT(닷컴)버블,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거품경제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한 투자자로 유명한 인물이죠.
한국정부도 현재 시장의 과잉 유동성과 증시 버블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총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정부와 금융기관 수장 모두 시장의 과잉 유동성과 부채 급증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얼마 전 코스피가 3300에 도달하면 ‘증시 과열’로 진단하는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는 금융부채의 급증과 실물경제의 괴리 등이 반영된 것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가계의 주식 투자와 부채 규모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여유자금을 뜻하는 순자금운용이 30조7000억원으로 1년 전 보다 약 두 배 늘어난 것이죠. 금융부채를 의미하는 가계의 자금 조달 규모도 53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29조원 증가했습니다.
공매도가 오는 3월부터 재개된다면 증시 하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최근의 증시 상황이 버블로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합니다. 실제 코스피 상장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코스피 상장기업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33조5860억원(2020년 11월 23일 기준)으로 전년동기(20조9750억원) 대비 60% 증가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저평가됐던 코스피 지수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오히려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대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산업(4차산업혁명)에 대한 투자로 인해 밸류에이션 재평가 진행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동안 국내 주식을 외면하던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합니다.
‘버블 폭탄’ 맞은 일본 자산 시장 교훈…과도한 유동성이 악재 키워
‘버블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를 꼽는다면 일본 부동산(자산) 시장 폭락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부동산 가격의 과도한 상승이 버블 폭탄을 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한때 미국을 넘보던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 시대로 맞이한 것은 다양한 악재가 축적된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플라자 합의’(1985년)를 통한 엔화 강세가 버블을 촉발시켰다고 하는데 절반은 맞고 절반은 사실과 다릅니다. 일본정부는 1980년 이후 경제성장률 둔화를 대비하기 위해 막대한 경기부양 정책을 펼쳤습니다. 당시 일본 대장성은 1984년 유동성 강화를 위해 일반기업에도 투신업무(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할 수 있는 투금계정을 허용했습니다.
이후 플라자 합의는 일본 경제 버블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일본정부는 플라자합의로 인해 엔고현상이 발생하자 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 규제를 실시했고, 결국 막대한 자금이 자국 내 자산시장으로 유입됩니다.
이후 일본 경제 전역에서 부동산 광풍이 불며 ‘도쿄를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옵니다. 당시 유명한 엔카가수였던 센마사오도 가수 활동을 통해 쌓은 신용도를 통해 공격적인 부동산 투자(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섰고 한때 1조원이 넘는 자산가로 등극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거품이 조금씩 꺼지자 일본 금융당국은 일제히 금리 인상을 추진합니다. 게다가 일본정부는 미국과 바젤합의로 맺은 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을 1992년까지 8%대로 맞춰야 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기업에 빌려준 대출을 회수해 나갑니다. 결국 그동안 유동성으로 형성된 버블이 순식간에 꺼지면서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를 한 기업들은 도산해 버립니다. 앞서 언급했던 엔카가수 센마사오도 1000억엔이 넘는 부채를 지고 파산해 버립니다.
일각에서는 한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렇다고 버블에 대한 과도한 공포나 폭락만을 주장하는 것은 실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연착륙 정책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