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지난 20일 A양(9)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친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친모는 지난 8일 미추홀구의 한 주택에서 A양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친모는 A양의 시신을 일주일 동안 자택에 방치하다가 지난 15일 119에 “딸이 사망했다”고 신고했다.
A양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아동이었다.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했지만 입학 통지도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과 보육 지원도 마찬가지였다. A양의 친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동거남과 A양을 낳았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동이 사망 후 발견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전남 여수에서 생후 2개월 된 남자아이가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친모는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의 시신을 2년 넘게 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모가 또 다른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지 않았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일이다.
같은 해 2월에도 강원도 원주에서 한 부부가 방임으로 인해 사망한 두 아이의 시신을 암매장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5년 첫아들을 낳은 후, 지난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딸과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첫아들 외 다른 자녀는 방임으로 인해 모두 숨졌다. 숨진 자녀 중 1명은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았다. 이는 경찰이 지난 2019년 만 3세 아동의 소재·안전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첫아들에 대한 방임 혐의를 조사하던 중, 사라진 둘째의 소재를 추적하게 됐고 ‘존재하지 않았던’ 셋째의 죽음도 알려졌다.
미등록 아동의 사망과 학대 여부는 통계에 전혀 잡히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아 추산도 어렵다.
미등록 아동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행법에 따르면 출생신고의 의무자는 부 또는 모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국가는 출생 사실을 파악할 수 없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부과되는 과태료는 최대 5만원에 불과하다.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한국 국적이 아닌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도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법무부 등에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녀인 미등록 이주아동의 수를 8000명~2만명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베트남 국적 친모에게 맞아 장기가 파열된 미등록 상태의 3살 아동이 병원의 신고로 구조되기도 했다.
아동인권·시민단체 등에서는 ‘보편적 출생신고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편적 출생신고제는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정부에 자동적으로 출생신고 되도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 등에서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하는 방식 등으로 운영된다. 현재 영국과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의료기관에서 정부에 아동의 출생을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를 시행 중이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몇 명의 아이가 태어났는지 확인하는 것은 (아동 복지 정책의) 기본이다. 이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보편적 출생신고제는 아동의 인권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는 만 3세 아동 전수조사, 초등학교 입학 예비소집, 예방접종 등 아동학대 사실을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면서 “아동이 등록돼 있지 않다면 절차 또한 작동할 수 없다. 보편적 출생신고는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보편적 출생신고제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기우’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출생 신고가 자동으로 될 것을 우려해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꺼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 교수는 “산모가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위험보다 아동이 출생등록 되지 않을 때 발생할 위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도 “입양 전 출생신고가 의무화되면 영아유기가 늘 것이라는 가정이 있었다. 현재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면서 “자동 출생 신고가 된다고 해서 의료기관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