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팀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시즌 개막 직전에는 최태웅 감독이 애지중지 키우던 세터 이승원을 내주는 대신 김형진을 받아오는 1대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후에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있는 김재휘를 KB손해보험으로 보내고 1라운드 지명권을 얻어왔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현대캐피탈은 충격적인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센터 신영석, 세터 황동일, 김지한을 한국전력으로 보내고 세터 김명관, 레프트 이승준에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3대 3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이후에는 레프트 허수봉이 상무에서 전역해 돌아왔고 KB에서 받아온 지명권으로 ‘드래프트 1순위’인 김명관을 지명했다.
세 번의 트레이드로 현대캐피탈은 확 젊어졌다. 주전 선수 중 최민호(33)를 제외하면 대다수 선수들이 20대다. 패기를 무기로 현대캐피탈은 코트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패기만으로는 부족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행보 속에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0대 3 또는 1대 3으로 패하는 경기가 대다수였다. 전반기에 두 차례 6연패를 겪으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기대를 모은 젊은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출전 시간 증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최 감독도 매 경기 젊은 선수들에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세터 김명관이 경기 중 자신감을 잃은 모습을 보이자 최 감독은 "(신)영석이는 우리나라 넘버 원, 너는 드래프트 1순위"라고 말하면서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던 현대캐피탈은 새해가 되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현대캐피탈의 새해 들어 벌써 4승 1패를 기록했다. 무모해 보이던 리빌딩이 빠르게 성과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젊은 선수들의 실력이 안정화되면서 승리를 쌓기 시작했다. 대한항공, 한국전력 등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OK금융그룹과 경기에서도 풀세트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다.
지난 20일에 펼쳐진 우리카드전에서 현대캐피탈은 또 하나의 무기를 얻었다. 팀의 베테랑인 문성민이 돌아왔다. 과거 국가대표를 오갈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소유했지만, 지금은 30대 후반으로 이전만한 실력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당시 1, 2세트를 모두 무기력하게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최 감독은 작전 타임 때 영건들을 향해 “너희들은 이제 심은 나무야. 벌써 건방지게 하면 어떡해”라며 강하게 질책했다.
이후 최 감독은 허수봉을 빼는 대신 문성민과 여오현 플레잉 코치를 투입했다. 지난해 4월 무릎 수술을 받으며 장기간 받은 문성민의 갑작스러운 복귀전이었다. 여 코치도 올 시즌 첫 출장이었다. 사실상 세트를 포기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 세트도 따지 못할 것 같던 코트의 분위기가 갑작스레 달라졌다. 최 감독은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을 번갈아가며 투입했다. 외국인 선수 다우디가 앞장섰고 문성민과 송준호가 지원했다. 김명관은 블로킹, 이시우는 서브로 득점을 올리며 기세를 높였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가 역스윕승을 따냈다.
문성민은 이날 5세트까지 7득점, 공격 성공률 46.66%를 기록했다. 또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팀원들을 북돋아주었다.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취재진 인터뷰에서 “문성민이 돌아왔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의 기둥이다. 아직 몸 상태가 좋지 않을 텐데, 끝까지 버텨준 성민이에게 고맙다”라며 “생각보다 복귀 시점이 빨라졌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문성민을 투입할 예정이다. 젊은 선수들이 성민이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어린 선수들의 패기와 베테랑들의 조화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현대캐피탈은 한 층 더 강력해진 모습이다. 순위는 여전히 6위지만 이제 중위권과 승점 차이가 크지 않다. 이대로라면 현대캐피탈은 후반기 리그 판도를 바꿀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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