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꼰대희·‘도믿걸’…그들의 인기 비결은

최준·꼰대희·‘도믿걸’…그들의 인기 비결은

유튜브로 간 코미디언들

기사승인 2021-01-30 07:00:03
최준을 연기하는 김해준. ‘05학번 이즈 백’에선 쿨제이로 분한다.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커피가 좋아 에티오피아에서 유학했다. 남자는 그 시절을 돌아오며 “철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당시의 경험은 값진 자산이 됐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을 안다면, 커피를 더욱 진지하게 대할 수 있다’는 걸 배워서다. 외로움은 많이 타지만 사랑엔 공격적인, 35세 카페 사장 최준의 이야기다.

최준은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인물이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 출연 중인 코미디언 김해준이 최준의 캐릭터를 만들고 직접 연기까지 한다. 상대를 압도하는 로맨틱함,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반존대 화법에 시청자들은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다. 김해준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장성기(류승룡)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최준을 기획했다고 한다.

김해준은 2년 전 최준 콘셉트의 캐릭터를 ‘코미디 빅리그’에서 한 차례 선보였지만, 큰 반향을 얻진 못했다. 그가 찾은 돌파구는 유튜브였다. 동료 코미디언 이용주·정재형·김민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비대면 데이트’ 코너를 통해 최준을 소생시켰다.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11월 온라인에 공개된 그와의 첫 비대면 데이트 영상은 조회수 100만뷰를 향해 질주하는 중이다. 최준 말고도 중고차 딜러 차준석, 다단계 업자 방재호,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가 짝을 찾아 비대면 데이트에 나섰다. 각각 코미디언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연기하는 캐릭터다.

‘피식대학’ 콘텐츠의 매력은 탁월한 연기력과 현실밀착형 세계관으로 압축된다. 살면서 한 번은 마주쳤을 법한 네 남성이 주인공인 ‘비대면 데이트’를 비롯해, 2000년대 중반 감성이 냉동 보관된 ‘05학번 이즈 백’, 중년 아재들의 산행기를 다룬 ‘한사랑 산악회’ 등 내놓는 콘텐츠들마다 인기다. 최근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비롯해 SBS 파워FM ‘딘딘의 뮤직하이’, MBC 표준FM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 기성 매체에게 러브콜도 자주 받는다.

신봉선은 ‘밥묵자’ 첫 게스트로 출연해 코너가 자리잡는 데 기여했다.
코미디언 김대희는 유튜브 채널 ‘꼰대희’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부캐 꼰대희를 내세워 젊은이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콘셉트로 출발한 채널이다. 특히 ‘밥묵자’ 코너의 인기가 높다. 지금은 폐지된 KBS2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코너를 패러디한 것으로, 동료 코미디언들이 김대희와 밥을 먹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코너는 다른 유튜브 채널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강유미는 자신 채널의 ‘도믿걸’(포교에 열심인 사이비 종교 신도) 캐릭터로 등장하고, 코미디TV의 유튜브 채널 프로그램 ‘오늘부터 운동뚱’에 출연 중인 김민경은 ‘밥묵자’에서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분한다.

‘밥묵자’는 대본 없이 즉흥 대화로만 채워진다. 제작진은 “대본이 짜여 있는 콩트가 아니라 애드리브로 진행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에게 더 자연스러운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점이 인기의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덕분에 돌발 상황도 웃음거리가 된다. 출소한 깡패 동생으로 설정한 코미디언 권대관이 대뜸 술부터 찾자 김대희가 집에 있던 소주를 꺼내오는 식이다. 두 사람은 1시간30여분의 촬영 동안 소주 세 병을 마셨다고 한다. 고등학생 딸로 분한 코미디언 신봉선이 “Mnet ‘고등래퍼’ 나가서 이영지 잡을 거”라고 하자, 래퍼 이영지가 해당 영상에 댓글을 단 일도 있었다.

1세대 유튜버 코미디언으로는 강유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6년 전 ‘좋아서 하는 채널’을 개설해 70만명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최근 가장 반응이 좋은 콘텐츠는 단연 역할극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이다. ‘싫은데 하는 메이크업샵 직원’ ‘돌팔이 성형외과 의사’ ‘악질 휴대폰 판매원’ 등 그가 올리는 영상마다 외상 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누리꾼들로 댓글란이 북적인다. 안 좋은 기억을 끄집어낼 만큼 그의 연기가 탁월하다는 의미다. 강유미가 ‘개그콘서트’ 속 ‘사랑의 카운슬러’ 코너에서부터 발휘해온 관찰력과 연기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한 셈이다.

‘도믿걸’을 만나면 “베풀어 주시겠어요?”라는 부탁을 조심하자.
부동의 인기 원톱은 단연 ‘도믿걸’이다. 은은한 광기를 장착한 눈빛, 친절한 듯 기계적인 말투 등 “지금 당장 길가에 투입돼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 같은 완벽”(닉네임 피*)한 연기를 선보인다. 강유미는 ‘도믿걸과의 소개팅’ ‘도믿걸과 스터디’ ‘도믿걸의 타로카드’ 등 이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들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믿걸’과 피식대학 최준의 만남을 소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미디언들의 자율성이 보장되는데다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덜하다는 점에서 유튜브는 매력적인 무대다. ‘개그콘서트’를 비롯해 지상파 3사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모두 막을 내린 상황에서, “콩트를 향한 시청자의 그리움이 커졌다”(꼰대희 채널 제작진)는 점도 유튜브 개그 콘텐츠의 인기 비결로 꼽힌다. 김대희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며 (코미디언들이 설) 무대가 없어지고 있다”며 “마냥 손놓고 프로그램의 부활을 기다리기 보다는, 플랫폼이 바뀌더라도 하고 싶은 코미디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표현 수위를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 강유미는 자신의 역할극 콘텐츠가 특정 직업군에 대한 부정적 일반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자, 영상 초반에 “모든 영상은 특정 직업을 비하할 의도가 없다”는 문구를 삽입해오고 있다. 꼰대희 채널의 ‘밥묵자’ 코너에선 장동민의 요청으로 김대희가 콧속으로 면발을 집어넣는 장면이 나오자, ‘코와 기도는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걱정된다’ ‘코로 먹는 장면은 스킵(통과)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꼰대희, 강유미 좋아서 하는 채널 캡처.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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