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북에 원전 건설 약속?... 국제법상 불가능, 사기 미수”

천영우 “북에 원전 건설 약속?... 국제법상 불가능, 사기 미수”

이명박정부 외교·안보정책 총괄...SNS에 비판
"북 원전 비밀 탄로 보다 탈원전 정책 부정, 증거 인멸 시도 가능성"

기사승인 2021-02-01 10:55:57
이명박정부 당시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했던 천영우 전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 사진=천영우 전 비서관 페이스북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광적으로 집착하면서도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면 이는 정치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월성원전의 가동중단을 위해 경제성을 조작하는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다른 나라에서는 80년을 사용할 고리원전을 40년만에 폐쇄하고,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한 정부가 탈원전정책의 명분과 근거를 스스로 부정한 행위다. 탈원전정책을 즉각 포기하고 중단된 원전공사를 재개하고 가동 중단한 멀쩡한 원전을 되살려야 할 당위성을 확인한 것이다.”

이명박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했던 천영우 전 대통령실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지난 1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천 전 비서관은 이어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도덕적 차원의 문제를 떠나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 주는 것이 법적으로 이적행위가 될수 있는지 여부는 원전건설의 조건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기 전에는 단정할 수 없다. 원전건설을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비핵화 완료이후에 개시하는 조건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에 있는 모든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이 폐기.반출된 이후에 제공하는 것이라면 탈원전 포기로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북한의 핵폐기 이후에도 미국의 원천기술이나 라이선스로 생산하는 원전부품을 북한으로 이전하려면 미국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천 전 비서관은 “그런데 북한이 핵폐기를 완료하기 전에는 세계 어느나라도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줄 수가 없다. NPT를 토대로 한 현행 국제비확산체제하에서는 5개 핵보유국 외에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고 있거나 IAEA안전조치협정 불이행상태에 있는 나라에는 NSG(Nuclear Suppliers Group)의 trigger list에 포함된 일체의 원전관련 부품이나 이중용도품목의 이전이 금지되어있다. 비핵국가들이 NPT에 가입한 이유는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리를 누리기 위한 것인데 핵을 개발해도 원전을 도입할 방법이 있다면 NPT에 가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천 전 비서관은 이어 “북한도 이러한 제도는 잘 알고 있다. 2007년 남북 6자회담수석대표 협의에서 김계관은 중단된 경수로 공사를 재개하는 조건으로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일정한 장소에 모아 6자회담 5개 참가국이나 3개 핵보유국이 공동감시하에 두었다가 원전건설이 완료되면 반출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를 부정할 수 없는 데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에 대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수용 불가능한 발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천 전 비서관은 “만약 문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북한의 핵폐기가 완료되기 전에도 원전을 건설해 줄 수 있다고 한 것이라면 이는 법적, 제도적으로 이행 불가능한 것을 약속한 셈이다. 김정은에게 사기극을 벌인 셈인데 김정은이 이런 사기에 넘어갈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사기 미수범’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적행위’는 될 수 없다. 김정은이 이런 실없는 제안을 한 문대통령을 불신하고 ‘특등 머저리’라고 부를 수도 있고 이런게 되풀이 되면 남북관계에 해악이 될 수는 있겠지만 야당이 죄목을 ‘이적행위’로 규정한 것은 사안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천 전 비서관은 1일 “산업부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어놓았다. 산업부 보도자료는 ‘향후 남북경협이 활성화 될 경우를 대비하여’ 검토한 아이디어라고 해명하고 있다. 또한 산업부가 만든 내부자료는 미.북간 비핵화협상이 진전되면 추진 가능하다는 판단을 토대로 작성된 것 처럼 설명하고 있다. 산업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북한 원전 건설에 적용될 국제규범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 전 비서관은 “이 문제에 관한 논란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 사항을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다”며 “1. 북한 원전 건설은 유엔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것만으로는 국제법상 불가능하다. 2. 원전건설을 포함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대북 협력은 북한이 핵폐기를 완료한 후 NPT에 복귀하고 IAEA전면사찰을 받을 때만 가능하다. 이는 NPT III조2항과 이의 이행을 위해 설립된 NSG(Nuclear Suppliers Group)의 지침과 통제 리스트에 명시되어 있고 이는 모든 NSG회원국들의 국내법과 수출통제체제에 반영되어있다. 3. 북한이 NPT에 복귀하는 것은 핵폐기가 완료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 핵무기를 한개라도 보유한 상태에서는 비핵국(Non-Nuclear Weapon State)으로 NPT에 복귀할 자격이 없다. 4. 북한이 핵폐기를 완료하고 NPT에 복귀하더라도 '한국형 경수로'를 우리정부의 독자적 결정만으로 북한에 건설해 줄 수 없다. 미국의 원천기술과 라이선스가 포함된 품목의  대북 이전에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데 미.북 원자력협력협정이 체결되기 전에는 미국이 동의해 줄 수가 없다. 북한이 미국의 원천기술로 건설된 원전을 비평화적 목적에 전용하지 않는다는 법적의무를 협정형태로 수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차는 UAE에 원전을 건설할 때도 거친 것이고 어느나라에 원전을 수출하든 필수적으로 거치는 법적 요건이다”라고 T자세하게 설명했다.

천 전 비서관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한 다는 전제하에  북한비핵화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원전건설을 검토한 것이라면 호들갑을 떨 일은 못된다. 다만 문대통령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도 일어날 가망이 없는 일을 산업부가 멀리 내다보고 검토한 것이 신기할 뿐이다. 북한도 잘 알고 있는 이러한 법적 제도적 규범을 산업부가 모르고 검토한 것이라면 그 무지의 수준에 경악할 일이다”라며 “북한 원전 건설은 국제법을 위반하여 극비리에 추진할 수가 없고 미국과 공모를 해도 핵폐기 이전에는 불가능한 것인데 산업부는 왜 그간 숨겨오다가 감사원의 감사를 앞두고 관련 파일을 삭제했을까? 추측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지만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한 비밀이 탄로 나는 것보다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의 명분과 정당성을 부정하는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북한 원전 건설은 비핵화완료이후 남북 에너지협력 차원에서 실무적으로 검토해 본 것이라고 둘러댈 수 있지만 탈원전정책의 명분은 치명적 타격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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