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인턴기자 =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탄핵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을 염두에 두고 임 부장판사의 사직을 거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야권을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임 부장판사의 탄핵을 표결한다. 이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161명 의원이) 소추안을 발의한 이유는 임 판사가 헌법에 규정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징계시효 경과를 이유로 징계하지 못했다. 이에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의 사직 거절사유에 대한 김 부장판사의 발언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임 부장판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지만 반려되자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하고,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탄핵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이 김 대법원장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것은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다. 사법부 스스로가 권력의 노예가 되기를 자청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법관 탄핵을 주도해온 민주당에게도 화살을 겨눴다. 그는 “당신들 입맛에 맞는 판결만 내리는 법원을 바란다면, 차라리 광화문 한복판에서 인민재판을 여는 건 어떤가. 그런 재판이 열린다면, 장담하건 데 가장 먼저 피고석에 앉을 사람은 법관들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말살하고 있는 바로 당신들”이라며 탄핵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도 힘을 보탰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대법원장은 이미 리더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차도살인(借刀殺人)’식 사법개혁을 하려 했다는 법조계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오히려 탄핵대상을 김 대법원장으로 돌리는 모습도 연출했다.
아울러 배 대변인은 탄핵소추안을 처음 제안한 이탄희 의원 소속 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오로지 본보기식 길들이기 탄핵”이라고 비판하며 “이 의원의 선동에 의해 묻지마식으로 여권 의원들이 탄핵의 수렁에 몸을 던진다. 민주당은 무모한 행진을 즉시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녹취록이 공개됐다. 정치상황 살피는 대법원장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스스로 사법부의 권위를 짓밟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탄핵소추안 발의에 동의한 의원수가 의결 정족수인 151명을 넘긴 만큼 탄핵소추안 가결을 낙관하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임 판사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될 것을 전재로 탄핵소추안 정본을 박주민·이탄희 의원 손에 들려 이날 오후 5시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겠다는 일정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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