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3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가게 사장은 다름 아닌 A씨의 삼촌. 남 일이 아닌 탓에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A씨는 “이곳에서 5년째 삼촌의 가게를 관리하며 일을 했지만 급여를 못 받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코로나19에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으니, 이야기를 꺼내기도 죄송스럽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장기화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경영상 이유로 급여가 밀리거나, 해고되는 일이 늘고 있다. 주로 주점과 음식점 등 ‘5인 집합금지’, ‘밤 9시 영업제한’ 등 고강도 방역조치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들이다.
실제로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이 코로나19 이후 아르바이트생 고용규모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2%의 업주들이 ‘코로나19 이후 직원 규모가 줄었다’고 답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특히 ‘식음’ 분야(58%)가 ‘제조‧운송‧노무’ 분야(59%)에 이어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종로5가의 한 선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B씨는 사장의 ‘눈칫밥’을 먹고 있다고 했다. 근무 중 손님 없이 시간을 보낼 때면 ‘가게가 망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털어놨다. B씨에 따르면 이곳 사장은 최근 5명의 종업원 중 2명을 내보냈고, 남은 3명의 근무 시간도 격일로 바꿨다. 자연스레 B씨의 급여도 이전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났다.
자신도 결국 이곳을 관두게 될지,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B씨는 “사장님이 ‘어렵다’ 말을 꺼낼 때 마다 가슴이 ‘철렁’ 한다”라며 “이곳을 관두면 어디서 또 생계를 이어갈지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업주들 역시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고용 문제를 떠나 자신들이 ‘생존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광화문 인근에서 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C씨는 코로나19 이후 7명이던 종업원을 3명까지 줄였다. 이를 감안해도 임대료와 공과금, 식재료 등 여전히 한 달 고정 지출비가 1000만원이 넘는다고 C씨는 설명했다.
C씨는 “매출은 3분의 1로 줄었는데, 공과금, 식자재, 인건비 등 지출 비용만 죄다 올랐다”라며 “고용을 유지하고 싶어도 할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점심 장사를 하는 음식점도 이렇게 힘든데, 저녁 장사만 하는 주점은 오죽할까 싶다”라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업종들에 대한 보상책과 현실에 맞도록 방역 수칙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방역 조치 일부 완화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주에 (코로나19 환자) 상황을 평가해 너무 엄격하게 조치가 이뤄진 부분 중 일부 완화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이 완화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SNS에서 "오후 10시까지 한 시간만이라도 영업시간을 더 늘려달라"는 릴레이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모임 인원수가 제한된다면 영업시간을 한 시간 더 늘리는 것은 방역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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