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야!’ 주연보다 매력적인 조연 [볼까말까]

‘안녕? 나야!’ 주연보다 매력적인 조연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1-02-18 09:00:03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아직까진 별다른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17일 첫 방송한 KBS2 새 수목드라마 ‘안녕? 나야!’의 감상평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등장인물에 공감하기엔 그들이 처한 상황이 작위적이고, 주인공의 과거사가 펼쳐지는 2000년대 초반의 풍경은 어설프게 재현됐다. 한물 간 톱스타를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배우 음문석이 그나마 활기를 불어넣는다.

‘안녕? 나야!’는 삶에 권태를 느끼던 37세 반하니(최강희)가 과거에서 불시착한 17세의 자기 자신(이레)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다룬 판타지 드라마다. 어릴 적 꿈 많고 자신감 넘치던 반하니는 그러나 뜨뜻미지근한 일상을 겨우 버텨내는 어른으로 자란다.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는 제과회사에선 해고 위기에 처했고, 배우 안소니(음문석)에게 악플을 달았다가 경찰서에 잡혀간다. 언니의 소개로 만난 건물주 아들은 다정한 말투로 무례한 질문을 해대더니 작별 인사도 없이 사라진다. 급기야는 택시를 잡아타려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정신을 잃은 반하니는 병원에서 눈을 뜬다. 그런데 옆 자리 환자가 수상하다. 이름도, 생년월일도, 아버지의 예전 휴대전화 번호도 똑같다. 커튼을 열어젖힌 반하니가 마주한 인물은 “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던” 17세의 반하니. 호수고등학교 공식 퀸카에, 자칭 “이름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을 반하게 넘치는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이자, 장래에 가수가 되겠다며 그룹 핑클의 춤을 따라 추던 꿈 많던 아이. 아연실색한 37세 반하니와 달리 17세 반하니는 갑작스레 변한 풍경에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한편 제과회사 회장 아들 한유현(김영광)은 반하니와 기묘한 인연으로 얽힌다. 직업 없이 빈둥대다 맨몸으로 쫓겨난 그는 ‘바바리맨’으로 오해 받아 경찰에 붙잡혔다가 졸지에 반하니와 구치소 동기가 된다. 식당에서 밥값을 못 내 난처한 상황일 땐 반하니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오갈 데 없는 한유현을 안타까워한 반하니는 그에게 맥주 한 캔과 과자 한 봉지로 공덕을 쌓는데….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진전될까.

◇ 볼까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음문석을 눈여겨본 시청자에게 일단 추천한다. 안소니가 말년 병장을 연기한 뒤 “형이 공익 생활을 ‘빡센’ 데서 했어”라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면, 매니저에 빙의해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를 외치게 될 것이다. 안소니의 소속사 대표 박정만 역의 최대철도 만만치 않다. 풀이 죽어 “아메리카노 너무 써서”라고 읊조리고, 심각한 어조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고환 없잖아요”라고 주장하는 장면에서 웃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예고편에 나온 “도대체 어떻게 살았기에 이런 한심한 어른이 됐냐”는 대사에 가슴이 시큰한 시청자도 앞으로 펼쳐질 위로와 치유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채널을 고정해보자.

◇ 말까
흡인력 높은 작품을 찾는 시청자에겐 권할 만한 작품이 아니다. 굵직한 사건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중심으로 흘러가서 ‘충격’ ‘반전’ ‘미스터리’ 같은 요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상에 지친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해 그에게 온갖 불운을 ‘몰빵’한 전개와 우연을 빌미로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다소 작위적이다.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한 드라마인 만큼 현실에 발붙인 이야기가 필요해 보인다. ‘말괄량이 딸과 자상한 아버지’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인물 설정은 짙은 기시감을 준다. 특히 한유현(김영광) 캐릭터는 보는 이에 따라 유쾌할 수도,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비욘드제이 제공, KBS2 ‘안녕? 나야!’ 방송화면.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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