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걱정이 앞서요. 유튜버의 콘텐츠가 영화관에서 개봉한 사례가 많지는 않잖아요.” 정브르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영화가 잘 되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쑥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브르의 동물일기’는 정브르가 동물원 사육사로 변신해 다양한 동물들과 교감을 나누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다룬다. 정브르는 경기 용인에 자리한 놀이공원 내 동물원에서 3일간 사육사 체험을 했다고 한다. 그는 “촬영부터 내레이션 녹음까지 약 일주일 정도가 걸렸다”면서 “특히 기린과 코끼리를 만난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10분 내외의 유튜브 영상과 1시간 분량의 영화. 콘텐츠의 속성이 다른 만큼 촬영과 편집 과정도 상이했다. “유튜브 영상은 때론 즉흥적으로 촬영하기도 하고, 편집 과정에선 편집자님과 계속 소통하며 흐름을 잡아가요. 반면 영화는 수십 배 많은 분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만들어져요. 제 의견이 반영되긴 했지만, 주로 작가님께서 써주신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짰습니다. 장면을 의도대로 전달하기 위해 같은 상황을 여러 번 촬영하기도 했고요.”
보는 입장에서도 유튜브와 영화관은 달라도 너무 다른 플랫폼이다. 유튜브가 접근성이 뛰어난 플랫폼이라면 영화관은 생생한 현장감이 특징이다. 정브르는 “화면이 커서 실제 동물 크기에 가깝게 보여줄 수 있고 소리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영화관의 장점”이라고 했다. ‘정브르의 동물일기’는 일반관 50여곳 외에 33개의 4DX관에서도 개봉해 관객들은 물·바람·향기·진동 등 다채로운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영화 기획·투자를 담당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이하 샌드박스)의 콘텐츠 비즈니스팀 관계자는 “유튜브 콘텐츠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단계에서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지만, 극장 개봉 콘텐츠는 크리에이터와 샌드박스 제작진이 협업 관계로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짚었다. 샌드박스는 정브르의 소속사이기도 해서 제작진과 출연자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고 한다.
‘정브르의 동물일기’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선한 영향력’이다. 평소 정브르가 “콘텐츠에 대한 열의와 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다”고 판단한 샌드박스 측은 어린이 관객을 타깃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상생의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이번 영화를 기획했다. 관계자는 “관객들에게 재미 말고도 특별한 가치나 깨달음을 선물해드리고 싶었다”며 “이를 통해 정브르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오거나 그 반대의 양상도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다. 산과 개울을 오가며 곤충을 잡고 관찰하다가 2016년 기록용으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90만 명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스타가 된 정브르는 “신기한 생물을 소개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언젠가 남미에 가서 야생에 있는 악어, 아나콘다, 원숭이 등 다양한 생물들을 직접 만나고 그 모습을 구독자 여러분에게도 보여드리는 게 꿈”이라고 소망했다.
크리에이터의 IP를 활용한 콘텐츠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케이블 채널과 IPTV, OTT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샌드박스 콘텐츠 비즈니스팀 관계자는 “크리에이터의 활동 영역이 유튜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TV, OTT, 영화 플랫폼에서도 크리에이터들이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정브르의 동물일기’를 통해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영화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앞으로는 영화관에서도 크리에이터들을 종종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유튜브채널 정브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