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는 직원들의 땅 투기를 사전에 차단할 실질적인 내부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LH 직원들이 내부정보나 전문성을 활용해 땅 투기에 나설 수 있던 것은 내부통제장치의 부재 속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H는 그동안 직원들의 토지거래는 개인의 자율에 맡겨 놓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정보 취득이 용이한 개발업무 담당 직원에 대해서도 대외비 정보에 대한 보안각서 정도의 조치만 취하고 있었다.
LH 내규를 보면 직원들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공사가 공급하는 주택, 토지 및 상가 등을 부당하게 공급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의혹처럼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하고 보상을 받는 사태를 미연에 차단하기위한 규정이다.
다만 LH는 이를 실질적으로 확인하거나 제한할 장치를 두고 있지 않았다. 금융공기업인 한국거래소가 직원들의 주식 거래 횟수를 월별로 제한하고, 거래 내역을 신고받는 것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LH가 직원들의 토지거래와 관련해 별도의 장치를 두고 있지 않았던 것은 사유지에 대한 직원들의 토지거래를 제한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LH 관계자는 “개발지역이 발표되기 전까지 개발토지는 일개 사유지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의 사유지 거래 자체를 제한하거나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사유지에 대한 거래를 제한할 경우 이는 개발 대상 토지라는 점을 공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덧붙였다.
LH의 이러한 인식은 이번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뒤집어 졌다. LH는 4일 대국민사과와 함께 ‘직원 및 가족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전 직원에 대한 토지거래를 사전에 신고받고 문제 소지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 날 대국민 사과와 함께 토지개발과 관련된 담당공직자의 경우 실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부동산 거래 시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LH의 미흡한 내부통제장치는 토지거래 뿐만 아니라 개발정보를 유출한 직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서도 드러난다.
LH에서는 2018년 고양 원흥지구 개발도면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개발정보 유출 관련자들은 해당 도면이 시중에 돌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약 4개월 동안 유출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도면 유출의 책임이 있는 직원들에 다한 징계는 경고와 주의 처분으로 끝났다.
또한 과천권 신규 공공주택지구 사업 후보지 유출 건’ 당시 자료 유출에 관여한 LH 직원 3명도 ‘주의’ 처분에 그쳤다. 이 가운데 1명은 변창흠 장관 사장 재임 시점인 지난해 1월 기존에 몸담던 택지개발 부서(스마트도시계획처)에서 승진하기까지 했다.
LH에는 통제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김은혜 의원은 “내부 통제 빗장이 빠진 지구지정은 집이 필요한 서민이 아닌 LH 직원에게 기회의 땅이 되어버린 셈”이라며 “국민 곁에 다가간다는 정권이 투기로 다가서는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의 각오로 임하는 일벌백계의 의지 그리고 철저한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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