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통신] "안 되고 안 듣고"…'코로나 2년차 개학' 혼돈의 일주일

[놀이터통신] "안 되고 안 듣고"…'코로나 2년차 개학' 혼돈의 일주일

온라인 수업 시간에 PC방서 게임하는 학생들
EBS 온라인 클래스(온클), e학습터 등 여전히 불안

기사승인 2021-03-08 13:19:08
'놀이터통신'은 우리 주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사회·교육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연재물입니다.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겠습니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 학교 온라인 수업이 한창인 5일 오전 10시 경기도 안양의 한 PC방.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10대 청소년 세 명이 의자에 눌러앉아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학생들은 서로 "역시 집에서 게임하면 재미없는데" "야, 이 XX. 빨리 (게임)끝내" "수업이 어쩌고저쩌고…"라고 얘기를 주고 받았다. 종례시간이 다가오자 학생들은 부리나케 PC방을 나섰다. 이후 방문한 다른 PC방에서도 많은 학생들은 게임 중이었다. 

개학 4일차인 지난 5일 오전 10시 PC방에서 게임 중인 학생들. 이 시각 PC방, 노래방, 카페 등이 모인 번화가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임지혜 기자

혼자 뒹굴뒹굴…"원격수업 끝나면 계속 게임·유튜브만"

 
코로나19 사태 속에 올해 3월 2월 개학이 이뤄졌다. 교육당국이 등교수업은 물론, 원격수업에서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도 확대했고 '연기' 없이 예정대로 개학했다. 하지만 '온라인 개학 2년차'인 학교 현장은 첫 등교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어수선한 분위기다. 

초 1~2, 고3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은 지난해보다 대면 수업 일수가 똑같거나 조금 늘어난 데 그쳐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다. 돌봄 공백 우려와 입시 문제 등으로 매일 등교가 가능한 초 1~2와 고3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은 일주일에 1~3회 혹은 격주, 3주 가운데 2주 등으로 등교 수업이 이뤄진다.  

학교마다 등교일은 차이가 있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으로 2단계에 따라 학교 밀집도(총 학생수의 3분의 1 이내, 최대 3분의 2까지 등교)를 학교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서 과밀 정도에 따라 학교가 등교수업 횟수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등교수업 횟수가 적은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에서 혼자 온라인 수업을 듣는 일부 학생들은 대면 수업에 비해 소홀해지는 관리를 틈타 몰래 게임, SNS 등을 하거나 집밖으로 일탈을 하기도 한다. 실제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학교 책상에 앉아 있었을 평일 오전 번화가에서 몰려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울 구로구의 A초등학교 교사 김모씨는 이런 얘기를 했다. "온라인 수업으론 교사 재량껏 학급운영이 힘들다. 화상수업으로 관찰평가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아이들 얼굴만 보고는 어렵다. 수업 활동을 하는 모습이 모니터상에 잘 보이지 않으니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거나 학원 숙제 푸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아동지원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10월~12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재단에서 지원 중인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5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여가시간에 대체로 '유튜브 시청'(62.4%·363명)과 '컴퓨터·휴대폰 게임'(59.4%·346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학습터로 화상수업 중인 모습. 사진=임지혜 기자 

"온라인 수업 질 떨어뜨리는 시스템"…교사들 '진땀'


연일 오류가 터져 나오는 공공 학습 관리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높다. 

정부가 운영하는 EBS 온라인 클래스(온클), e학습터 등은 8일로 개학 2주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개학 첫날부터 접속불가나 접속지연은 물론 튕김 현상도 있었고 진도율이 표시되지 않거나 화상수업 중 보조자료가 열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김유열 EBS 부사장은 온클 오류에 대해 지난 5일 "주말 사이 문제를 해결하고 비상 근무체제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즉각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있다. 이날도 전국 각지에선 온클 접속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교사 김씨는 "지난해까진 줌으로 화상수업을 하다가 e학습터 화상수업으로 바꿨는데 서버가 많이 불안정하고 사용법을 익히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화상수업 중 다 같이 튕겼다가 다시 (수업방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교사 못지않게 불안한 건 부모도 마찬가지다. 맞벌이 부모 여모씨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집에서 혼자 온클을 하고 있는데 접속이 안된다고 이날 아침부터 계속 연락이 왔다"면서 "옆에서 알려줄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정말 속이 타들어 갔다. 온라인 수업날은 온종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공공 학습 관리시스템 오류 못지않게 온라인 수업 내용도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학교와 교사 재량에 따라 온라인 수업의 내용 차이가 커 학생들의 학습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학교는 온라인 수업 중에도 줌과 같은 민간 플랫폼을 이용해 화상수업으로 짧은 시간이지만 매 시간마다 출석체크를 한다. 교사와의 화상수업보단 유튜브 시청, 문제 풀기 등을 위주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학교의 학생과는 수업 내용과 질에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양모씨는 "교사들의 원격학습 능력 격차가 크다"면서 "학년 체제로 교사들이 수업을 같이 준비해야 하는 곳은 단합이 잘 되면 문제가 없는데 못 따라가고 와해되면 반별 (수업의 질)편차가 크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1학년생을 둔 임모씨는 "지난주 일주일간 온라인 수업을 했다. 매시간마다 줌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동영상 등을 보면서 수업을 하고 있다"면서 "작년과 다르게 (수업을 듣느라) 꼼짝도 못해 아이가 차라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반면 맞벌이 부모 유모씨는 "아이가 1교시만 줌(ZOOM)으로 화상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클래스팅 등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문제를 풀어 출석과 학습 수행 여부를 체크한다"면서 "한 두시간이면 하루 수업이 끝나 남는 시간 내내 게임만 하고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2020 서울교육 랜선 공론화' 시민참여단(100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학습격차가 심화된 원인으로 '학교별 온라인 수업의 내용 차이'에 대해 41.7%가 동의했다. 이 외에도 '개인·학부모의 학업 관심도 차이'(61.5%) '사교육 현황에 따른 차이'(51%), '가정의 경제적 여건의 차이'(47.9%) 등을 꼽았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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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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